노벨상 수상자와 심사위원이 노벨상 수상 조건으로 '자유로운 실패'를 강조했다. 연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와도 이를 발판 삼아 계속 연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젊은 연구자가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리처드 로버츠 미국 노스이스턴대 석좌교수는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에 참석해 “과학 분야 연구자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두려워하지 말고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자유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로버츠 교수는 '분단 유전자'를 발견한 공로로 199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유기화학자다. 뉴잉글랜드 바이오랩스 과학수석으로 재직 중이다. 분단 유전자 연구로 생물 진화 이론의 일대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연구 과정의 '실패'가 '영감'이라고 주장했다.
로버츠 교수는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말이 안 되는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 봉착한다. 실험이 실패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연이 무언가를 말해주는 것”이라면서 “그때 애초에 잘못 생각한 게 무엇인지 되돌아본다. 그런 생각이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노벨상 후보를 추리는 심사위원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율리엔 지에라스 노벨생리의학상 심사위원은 “모든 노벨상 수상자의 공통점이라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을 때 두려워하지 않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점”이라면서 “반대로 상을 받지 못했다면 더 알아보려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노벨상은 국적, 성별, 분야에 상관없이 패러다임을 바꾼 과학적 발견을 한 학자에게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노벨상을 위한 중점 투자 분야를 설정하는 것보다 연구자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낫다고 권했다.
로버츠 교수도 “한국은 연구 자체의 역사가 비교적 짧고 젊고 재능 있는 과학자가 흥미를 느끼는 곳에 지원해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들에게 연구를 통해 제품이나 상업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노벨미디어가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세계 석학을 초청해 마련됐다. 세르주 아로슈 201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아다 요나트 200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핀 쉰들란 200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 각 분야 연구자가 참석해 고령사회를 둘러싼 화두와 연구 과제를 논의했다.
이명철 과학한림원장은 “과학기술이 왜 인류복지에 중요한지, 우리 앞의 사회 문제 해결에 과학기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이야기하는 자리”라면서 “사회 속의 과학기술, 삶의 바탕이 되는 과학기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