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고 양국 간 교류 협력을 조속히 회복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위축된 대 중국 산업·경제 교류가 다시 활기를 띨지 주목된다.
31일 청와대와 외교부 등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정부는 양국 관계 회복 내용을 담은 협의 결과문을 배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10~1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최종 '합의'한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과 중국은 다음 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릴 예정인 APEC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키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은 두 번째다. 두 정상은 지난해 7월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남 차장은 “정상회담 개최는 한·중 관계 개선과 관련해 양국 간 협의 결과에 언급된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정상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한 합의 이행의 첫 단계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오전 10시 각 홈페이지에다 사드 문제와 관련한 협의 결과문(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을 보도자료 형식으로 동시에 게재했다. 결과문은 두 나라가 △한·중 관계를 매우 중시하며 △양측 간 공동 문서 정신에 따라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을 추진한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중 간 교류 협력 강화가 공동 이익에 부합된다는데 공감하고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정상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한반도 비핵화 실현, 북핵 문제의 평화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고, 모든 외교 수단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지속 추진해 나가기로 재천명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한·중 양국이 관계 회복을 공식화함에 따라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사드 갈등이 불거진 이후 유통, 자동차,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실상 한국 기업의 경제 활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은 애초 정부 차원의 (경제 보복) 조치는 없었다는 입장”이라면서 “중국 정책은 무쇠 솥과 같아서 천천히 효과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국 측에서 세부 조치를 취하겠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협의 결과문 발표 이후 눈에 띄게 따뜻해진 양국 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국은 사드와 관련해선 여전히 이견을 드러냈다. 중국은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우려를 인식하고 본래 배치 목적에 따라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것으로, 중국의 안보 이익 전략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드와 관련해서는 양국 입장을 표명하고 봉인한 모양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