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서 첨단 기술과 관련된 일을 하던 김 모씨는 지난 9월 영국 런던정경대(LSE)의 정보시스템·디지털혁신경영(MISDI)이라는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이 과정은 새로운 정보기술(IT)과 디지털 혁신 관련 비즈니스 역량을 가르치는 학과다. 김씨는 국내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싶었지만 국내 대학이 대부분 경영 단일의 전공에 그쳐 유학을 택했다. LSE 과정은 블록체인과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 현황을 배울 뿐만 아니라 부트 캠프를 통해 현장에서 IT 산업군을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해외 대학은 시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혁신을 감행한 대학은 높은 입학 경쟁률을 자랑한다. 프로젝트 기반 수업으로 기존의 주입식 교육 패러다임을 깬 미국 플랭클린올린공대가 대표 사례다. 이론부터 배우고 검증하는 수업이 아니라 로봇, 메디컬 등 다양한 기업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이론을 다진다.
미네르바 스쿨은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실제 사회에 깊숙이 들어가는 방식의 교육을 택했다. 온라인을 택한 이유는 학생 참여를 100% 보장하기 위해서다. IT의 힘을 빌려 학생 참여도를 확인하고, 원활한 토론을 유도한다. 교수가 말하는 시간은 제한돼 있다.
그 대신 학생은 실제 사회로 나가 더 많은 정보를 체득한다. 학교에 다니는 4년 동안 7개 도시를 옮겨 가면서 사회 일원으로 활동한다. 인턴으로 활동하고, 지역 사회 커뮤니티에 들어가는 등 좀 더 현실성 있는 지식을 얻는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혁신 스토리도 주목을 받는다. 오래된 역사에도 신생 학교에 버금가는 혁신을 이뤄 냈다. 2016년 미국에서 가장 크게 혁신한 대학으로 꼽히기도 했다.
우선 학과와 단과대를 대정비하고, 전공을 통폐합했다. 2006년부터 2016년까지 69개 학과를 없애고 30개 학과를 새로 만들었다. 기존 단과대를 없애고 새로운 학제 간 교육을 위한 단과대를 신설했다. 지구우주탐사대학, 지속가능한발전대학, 사회변화대학 등이다.
인공지능(AI) 학생 지원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화제다.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학생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전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AI 학생 지원 시스템 도입 이후 4년 이내 졸업률이 9% 이상 증가했다.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교양 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강좌 무크(MOOC)를 통해 12개 신입생용 교양 과정을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학생들은 과목 선택 시 49달러를 내고 등록하거나 무료 청강생으로서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고등학생이 이를 모두 이수하면 대학생활을 2학년부터 시작할 수 있다. 학교는 교양 과목 개설 비용을 줄이고 학생은 등록금 부담을 낮추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뒀다.
문보경 산업정책부(세종)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