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브리올레(Cabriolet)'는 낭만적인 자동차다. 지붕을 여닫을 수 있다는 장점을 제외하면 외장 관리가 까다롭고 공간 활용성이 떨어지며 가격도 만만치 않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선 지붕을 열고 주행할 날도 많지 않다. 누구나 꿈꾸는 드림카지만, 구매가 쉽지 않은 이유다.
이번에 시승한 '메르세데스-벤츠 C200 카브리올레'는 꽤 현실적인 드림카다. 카브리올레치곤 괜찮은 공간 활용성을 갖췄고, 주변 시선을 끌 만큼 디자인도 예쁘다. 단풍이 곱게 물든 10월 마지막 주. C200 카브리올레의 지붕을 열고 한적한 도로를 내달렸다.
벤츠는 다양화되는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년 전부터 많은 가지치기 신차를 쏟아내고 있다. 쿠페 스타일을 접목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고성능 엔진을 얹은 소형차 등 젊은 소비자를 유입하기 위해 제품군을 빠르게 확장하는 추세다. C클래스 쿠페를 기반으로 한 C200 카브리올레가 등장한 배경이다.
외관은 날렵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전면은 크롬핀 장식이 인상적인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등 벤츠의 최신 패밀리룩을 따른다. 후면은 리어램프와 하단 번호판 배치를 통해 S클래스 카브리올레가 지닌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무려 19인치에 달하는 AMG 알로이 휠은 성능을 과시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실내는 벤츠답게 정갈하다. 부드러운 질감의 가죽 시트가 몸을 편안히 감싸며, 무광 우드 트림이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스피커와 시트 조절장치 등에 적용한 알루미늄 장식도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앞좌석 공간은 충분히 여유롭지만, 뒷좌석은 성인이 타기엔 좁아 보인다. 어린이를 태우거나 간단한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을 정도다.
차량 통행이 적은 자동차 전용도로에 나가 소프트탑 방식의 지붕을 열었다. 기어박스 아래에 자리한 버튼을 누르면 50km/h 이하에서 20초 안에 지붕을 활짝 열 수 있다. 자동 개폐 방식인 소프트탑은 풍절음 등 주행 소음을 현저히 줄인다. 보온 기능도 갖춰 쾌적하고 안락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지붕을 열면 앞에서 뒤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디자인이 마치 요트를 연상케 한다. 이 차량을 구매하면 블랙, 다크 브라운, 다크 블루, 다크 레드 등 다양한 색상의 소프트탑을 고를 수 있다. 창문을 모두 닫으니 예상보다 실내로 들어오는 바람 유입이 적다. 70~80km/h까지는 머리카락이 살짝 휘날리는 정도다. 쾌적한 주행을 돕는 벤츠의 혁신 기술인 에어캡(AIRCAP)과 에어스카프(AIRSCARF) 기능 덕분이다.
에어캡은 오픈 주행 시 강풍을 막아주고 따뜻한 공기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고속 주행 시에는 외부 소음을 줄여 오픈 주행 중에도 상당히 정숙하다. 오디오 볼륨은 살짝만 높이면 된다. 에어스카프는 시트 상단 부분에 히팅팬이 오픈 주행 시 운전자 머리와 목 부위를 따뜻한 공기로 감싸주는 역할을 한다. 주행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바람 세기도 조절해준다.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2.0리터 가솔린 엔진과 9단 변속기인 9G-트로닉을 조합했다. 최고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30.6kg·m다. 부족함 없는 힘을 지녔지만, 주행 느낌은 여유로운 설정이다. 굳이 달리기 위해 과격하게 몰아붙일 성격의 자동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단화를 거친 변속기는 매끄럽게 기어를 변경해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였고, 멀티링크 방식의 스포츠 서스펜션은 단단하게 차체를 잡아줬다. 시승 후 연비는 리터당 10km 수준을 기록했다.
다양한 첨단 사양도 매력적이다. 전면 유리에 내비게이션과 제한 속도 등의 정보를 띄우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자동 주차를 지원하는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 LED 헤드램프를 적용했다. 졸음 방지 시스템과 충돌 방지 어시스트 플러스 등 풍부한 안전사양도 갖췄다. 이날 시승한 C200 카브리올레의 가격은 6310만원이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