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릉에 위치한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 시연장에서 공연이 펼쳐졌다. 바로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 쇼케이스다. 음악 콘텐츠 창작에 인공지능(AI)을 참여시킨 행사다. 작은 무대에서 펼쳐진 음악 전문가와 AI가 이뤄낸 콜라보는 인상 깊었다.
지금껏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만 여겨져 온 감성 분야 창작 영역에 우리 손으로 만든 AI가 주류가 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사건이란 점에서다. 현장에서 AI는 작사와 작곡까지 훌륭하게 해냈다. 작사는 사람이 직접 일부 손을 봐야 했지만 곡에 맞춰 가사를 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AI는 음악 추천에도 일가견을 보여 줬다. 비오는 날, 맑은 날, 우울한 날, 기쁜 날 등 날씨·시간·환경에 따라 음악을 추천하고 작곡한 곡을 틀어 줬다.
아마추어 비보이 의대생은 안무를 만드는 AI를 선보였다. 아직 초보 단계지만 조금만 손보면 프로 안무가 영역을 뛰어넘을 기세다.
음악 분야 AI가 이제 걸음마를 뗀 단계라고 생각하면 미래가 아찔하기만 하다. AI 기술이 딥러닝에 기반을 두고 학습을 통해 진화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AI는 대중 문화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에 많은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기반으로 학습하기 때문이다. 창작자로서는 주류 시장을 AI에 뺏길 가능성이 짙다.
'두려움'과 '희망'은 공존한다. 2000년 초반에 MP3 파일이 주류이던 기술이 가져온 문화 충격도 유사하다. 다만 MP3 파일을 두려운 대상으로만 여겨 온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대응 결과는 달랐다. 콘텐츠업계가 AI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꿔야 한다. 그래야 미래를 고민할 수 있다.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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