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회삿돈을 빼돌려 자택공사비로 쓴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경찰은 지난달 한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기각된 바 있다. 경찰은 보완수사 후 증거인멸을 우려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일 오후 조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아내 이명희씨와 함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던 2013년 5월부터 2014년 1월 사이 공사비용 70억원 중 30억원가량을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그랜드하얏트 호텔 신관 신축 공사비에 빼돌려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16일 조 회장과 그룹 시설담당 조모 전무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며 영장을 돌려보냈다. 영장을 돌려받은 경찰은 그간 확보한 증거를 재검토하고 추가 수사를 거쳐 조 회장이 여전히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 후 보완수사를 통해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했다”면서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영장을 다시 신청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이번 사건에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58)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채 전 총장은 2013년 4월 검찰총장으로 임명됐으나 이른바 '혼외자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해 9월 사퇴했다.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등 박근혜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하다가 채 전 총장이 '찍어내기'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편 경찰은 조 전무에 대해 혐의를 인정한 측면이 있다는 검찰 의견을 고려, 조 전무의 영장은 재신청하지 않았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