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해야 할까.
영화 '이프 온리(If only)'는 죽은 연인과의 마지막 하루를 기적적으로 얻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사랑이 전부인 낭만적 여자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잇 분)와 공사 구분이 확실한 남자 이안(폴 니콜스 분). 사만다는 늘 자신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 불만이다. 이안 역시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여자가 답답하다.
그러다 사만다는 이안과 레스토랑에서 다투고 나가면서 갑작스런 차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남자는 여자를 떠나보내고 지나간 시간을 가슴 아프게 후회하며 고통 속에서 잠에 든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이안은 깜작 놀란다. 자신의 곁에 사만다가 있고 어제의 일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살았던 어제를 다시 살게 되는 이안은 이 모든 것을 데자뷔(기시감) 현상으로 생각하며 당혹감을 느낀다.
이들에게 주어 진 시간은 하루. 이안은 왠지 어제(혹은 과거의 어느 날)가 반복되는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벌어지는 일이 비슷하기는 하나, 순간순간 주인공의 의지가 개입하면서 그 결말에는 상당한 변화가 일어난다.
사태를 파악한 이후에는 반복되는 시간을 변주해 가며 동일한 시간 속에서 죽은 연인의 운명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영화 속 주인공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데자뷔를 겪었다고 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처음 겪는 상황이나 장소를 이전에 경험했던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데자뷔는 학계에서도 정확한 원인 및 과정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한 현상으로 꼽힌다.
영국 세인트 앤드루스대의 아키라 오코너 교수는 심리 실험 결과를 토대로 기억 오류보다는 뇌가 정상적으로 기억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데자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기억의 오류에서 온다는 기존 연구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젊은 사람이 나이 든 사람보다 데자뷔를 더 많이 경험한다는 이전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데자뷔가 뇌 손상에서 온다는 주장도 있다. 마이클 훅 미국 텍사스A&M대 교수는 “장기기억, 특히 친숙한 대상을 파악하는 뇌 측두엽에 간질이 발생한 환자는 데자뷔를 더 많이 경험한다”고 밝혔다. 반대로 뇌가 한정된 정보로 세상을 파악하는 것에서 오는 정상적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김지혜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