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정보화 사업자 선정이 가격 평가에 좌지우지되는 구조 문제가 가시지 않고 있다. 저가 수주 방지를 위해 기술과 가격 평가 비율을 9대1로 조정하는 등 기술 평가를 강화했지만 무용지물이다. 조달청이 사업자 선정 기술 평가에 도입한 조정 계수 제도가 원인이다. 사업 예산을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가격 평가를 폐지하는 것이 해법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 공공정보화 사업자 선정 기술 평가는 1~2위 업체 간 점수 차이가 1점 이내로 발생되도록 시스템화돼 있다.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기술 평가 1위가 되더라도 2위 업체가 저가 투찰을 하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밀리는 구조다.
원인은 조정 계수 때문이다. 조달청은 일부 평가위원들이 특정 업체에 높은 점수를 줘서 사업자에 선정되게 하는 부정 행위를 막기 위해 조정 계수를 기술 평가에 도입했다. 평가위원이 제출한 점수 가운데 최고점과 최하점을 제외한 점수로 평균을 낸 후 평가위원 항목별 점수를 최대 상하 5% 이내로 조정한다. 평균 점수보다 상하 5%가 넘는 점수를 유지하려는 평가위원은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대부분 평가위원은 사유서 제출 대신 점수 조정에 응한다.
그룹별 점수 배정도 가격 경쟁 원인이다. 기술 평가 결과 2개 이상 제안 업체는 상위 그룹으로, 94% 이상의 점수를 받는다. 중위 그룹은 88~94% 미만 점수다. 94% 이상 점수를 받은 상위 그룹 제안사는 기술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실제 점수는 1~2점 이상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제안 금액을 예정 가격 대비 80%로 투찰하면 기술 평가에서 뒤진 1~2점 차는 충분히 역전한다. 80% 미만은 최저가입찰로 부적격자가 된다.
한 중견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 대표는 “기술 평가를 (아무리) 강화해도 결국 사업자 선정은 가격에서 이뤄진다”면서 “저가 수주만 양산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560억원 규모의 지방 교육 행정·재정 통합 시스템 인프라 구축 등 상당수 사업이 기술 평가가 아닌 가격 평가로 우선협상대상자가 가려졌다.
저가 수주는 사업자 수익 악화로 이어진다. 중견 IT서비스 기업의 한 임원은 “저가 수주로 수익은커녕 손해를 본다”면서 “손해는 결국 중소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저가수주 금액은 유지관리 요율에도 적용, 저가 유지관리 사업을 양산하는 악순환의 발판이 된다.
해법으로 가격 평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사업 예상 가격을 넘지 않는 선에서 가격 평가를 하지 않고 기술 평가만으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식이다. 다른 중견 IT서비스기업 대표는 “당초 부족한 사업 예산을 가격 경쟁으로 더 낮추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발주 기관이 가격 경쟁으로 사업비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기술평가에 적용하는 조정계수에 대한 보완해야 하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면서 “평가 사례를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평가를 배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