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챗봇이 은행권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시중은행을 시작으로 지방은행, 저축은행까지 챗봇 도입이 늘면서 '챗봇시대'가 개막됐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챗봇이 자체 금리 안내와 같은 수치 오타 등을 스스로 자각하지는 못하는 수준이다. 불완전 판매로 이어질 수 있는 예·적금 상담 도입은 지연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챗봇은 AI를 활용한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 기반의 단순 응답 형태에 머물고 있어 고도화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를 활용한 챗봇 활용에 가장 먼저 뛰어든 은행은 우리은행, KEB하나은행이다. 이들 은행은 각각 위비봇, 핀고 서비스를 지난 9월에 선보이며 챗봇 시대를 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우리은행은 추석을 앞두고 여행객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해 환전, 일반 상식 분야 서비스를 먼저 시작했다. 최근에는 환율계산서비스 등 전자금융 정보까지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젊은 층 공략에 공을 들였다. 경어와 이모티콘을 구사하기도 한다. 특히 단순한 금융 상품 추천과 금융 거래 조회를 넘어 사용자 지출 내역을 분석해 준다. 앞으로 이들 분석을 통한 맞춤형 금융 추천까지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들 은행뿐만 아니라 KB국민은행, 신한은행도 모두 챗봇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한 개발에 나서고 있어 내년에는 은행권 챗봇 본격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챗봇은 대형 은행에만 집중돼 있는 것이 아니다. 지방은행과 2금융권 중심으로도 빠르게 늘고 있다. 대구은행, 부산은행은 각각 올해와 내년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 등은 이미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점포가 부족한 단점을 챗봇 등 비대면 채널 강화로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금융권 챗봇이 상담 역할을 대체하거나 비대면 거래의 주요 역할을 담당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의 극복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챗봇 응답 수준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지만 아직 물음에 동문서답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오류를 수정하지는 못한다. 아직 기계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탓에 소비자가 반감을 느끼는 것도 걸림돌이다. 또 일부 은행은 상담사가 직접 챗봇 대화를 지켜보며 오류를 수정하기도 해 챗봇이라 부르기엔 어려운 경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2금융권에서 선보이고 있는 챗봇은 AI를 활용한 고도화된 모델이 아닌 시나리오 기반의 문답 형식으로 정해진 물음과 답변 일부만 소화하는 정도”라면서 “비대면 거래를 통해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보다 보안 취약점을 보강하는 등 서비스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