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의 인공지능(AI) 활용을 대표하는 것이 로보어드바이저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온라인 상에서 자동화된 알고리즘을 이용,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고 관리해 주는 서비스다.
기존의 자산관리가 고액 자산가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저렴한 비용으로 대중 상대의 맞춤형 관리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국내에서는 NH투자증권이 지난해 최초로 자체 알고리즘을 통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QV 로보어카운트'를 출시했다.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기업과 손잡고 알고리즘 적용 금융 상품들을 내놓았다.
키움증권, 유안타증권 등 온라인 서비스에 강점을 보이는 증권사들은 자체 알고리즘 기반 서비스를 속속 공개했다. 대신증권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챗봇 '벤자민'을 선보였다.
로보어드바이저 열풍에는 은행도 뛰어들었다. 은행들도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알고리즘을 활용한 퇴직연금 상품 등 자산 관리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는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기업이 성장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산하 로보어드바이저협의회 등록 기업이 20개사가 넘는다. 그 가운데 쿼터백자산운용, 디셈버앤컴퍼니, 파봇은 투자일엄업 라이선스까지 확보한 상태다.
에임, 파운트 등 일부는 자문업 라이선스를 확보해 놓았지만 대부분의 로보어드바이저 기업들은 유사 투자 자문업이나 정보기술(IT) 정보 제공업에 머무르고 있다. 아직 신생 기업 상황이다.
현재의 로보어드바이저는 완벽한 AI는 아니다. 알고리즘을 이용한 투자를 의미하는 퀀트, 인간 투자 전문가의 리밸런싱(운용자산 편입 비중 조정) 등이 혼재돼 있다.
'알파고' 열풍으로 촉발된 지난해는 사실상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원년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로보어드바이저 관련 사업 활동은 주춤한 것이 현실이다. 수익률 위주의 로보어드바이저 접근이 대중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증권회사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개인화된 리스크 매니저”라면서 “알고리즘 자체로 최고의 수익률을 좇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인간보다 무조건 낫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환상을 품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온라인으로 서비스되는 로보어드바이저 특성상 비대면 일임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사업이 사실상 가로막혀 있는 실정이다.
로보어드바이저 업계 관계자는 “지금 구조에서는 대면 계약밖에 이뤄지지 않고, 증권사 창구를 거치는 방식 때문에 애초의 로보어드버이저 장점인 수수료 파괴 등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