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제롬 파월(64) 현 연준 이사.
경제학 비(非)전공자로서 정통 이코노미스트들이 포진한 연준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도, '의장 연임'의 전통을 뚫고 재닛 옐런(71) 현 의장의 바통을 이어받는 점도 모두 관행을 깨는 기록들이다.
또 하나 깨진 공식은 바로 유대인 의장이다.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연준 의장은 40년간 유대인이 독식하는 자리였다. 유대인이 전 세계 금융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상징으로도 통했다.
자기자본의 투기성 거래를 제한하는 '볼커룰'로 유명한 폴 볼커(1979~1987년) 전 의장부터, 무려 19년간 재임하며 미국의 최대 호황기를 이끈 앨런 그린스펀(1987~2006년) 전 의장, 금융위기 해결사로 활약한 벤 버냉키(2006~2014년) 전 의장까지 모두 유대인이었다.
연준의 104년 역사에서 첫 여성 수장인 옐런 현 의장 역시 유대인이다. '옐런의 2인자' 스탠리 피셔 전 연준 부의장은 아예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 출신이었다.
한때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유대인이다. 또 다른 유력 후보로 떠올랐던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는 장인이 유대인이다.
우여곡절 끝에 콘 위원장이 최종 후보군에서 배제되고, 결국 유대인이 아닌 파월 이사가 지명되면서 '유대인 의장 공식'은 깨지게 됐다.
그렇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유대인의 영향력은 여전히 탄탄하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주류 세력이나 미국 재무부 수장은 대체로 유대인 몫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파월 카드'를 강력하게 천거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역시 유대인으로, 전형적인 월스트리트 엘리트 출신이다.
최지호기자 jho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