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퀄컴 111조원 인수 추진… 통신반도체 공룡 탄생하나

브로드컴, 퀄컴 111조원 인수 추진… 통신반도체 공룡 탄생하나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를 추진한다. 빅딜이 성사되면 삼성전자와 인텔 다음으로 큰 반도체 회사가 탄생한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3일(현지시간)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총 인수가는 1000억달러(한화 111조원)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성사되면 델-EMC 합병(670억달러, 약 75조원)을 뛰어넘는 IT 업계 최고 '빅딜'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과 브로드컴은 이 보도에 별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로이터는 월요일(현지시간 6일) 합병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퀄컴과 브로드컴 주가는 각각 13%, 5.5% 급등했다. 퀄컴은 이동통신칩과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브로드컴은 무선랜과 블루투스, 위성항법장치(GPS) 시장에서 독보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가 양사 칩을 채용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합병하면 짧은 거리부터 먼거리까지 모두를 커버하는 통신 반도체 분야의 최대 강자로 부상한다. 양사간 중복되는 사업 부문은 많지 않다. 회사 규모도 삼성전자와 인텔 다음으로 커진다.

브로드컴은 지난 2015년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광통신, 발광다이오드(LED), 무선주파수(RF) 칩 주력 업체 아바고에 370억달러(약 41조2700억원)에 인수됐다. 사명은 그대로 브로드컴을 사용한다. 1961년 휴렛팩커드(HP) 반도체 계열사로 출범한 아바고는 1999년 애질런트로 인수됐다. 2005년 다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실버레이크파트너스 등 사모펀드에 인수돼 독립법인이 됐다. 이 회사는 2014년 시스템반도체 전문업체 LSI를 66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지속 키워왔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분야 강자인 브로케이드를 55억달러에 인수키로 하고 각국 규제당국의 심사를 받고 있다.

브로드컴은 최근 싱가포르에 둔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법인세 인하 움직임 등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에 '외국인 투자 심사' 같은 규제는 건너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로드컴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퀄컴은 애플과 특허 관련 법정 공방을 벌이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과 유럽 등에선 규제 당국과 반독점 논란으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로이터는 “브로드컴은 애플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만약 퀄컴을 인수한 후 특허 라이선스 계약 방식을 (보다 저렴하게) 바꾸면 모바일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양사 합병이 결의되더라도 각국 규제 당국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번 딜이 퀄컴의 NXP 인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관심이다. 유럽 반도체 업체 ST마이크로 등은 퀄컴이 NXP를 인수하면 심각한 독점 현상을 낳게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XP는 애플 페이 등에 활용되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분야는 물론 자동차 반도체 최강자다. 유럽 규제 당국의 추가 조사로 올 연말 종료가 예상했던 NXP 인수는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EE타임스는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에 NXP가 포함돼 있다면 전 세계 규제 당국으로부터 강력한 독점 관련 심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