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두 달여 남겨둔 상황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별로 판매 목표 달성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쌍용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연간 판매 목표 달성이 유력하지만,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는 경영상 악재와 신차 부재 등이 맞물리면서 목표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완성차 업계 내수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중국과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고전 중인 현대·기아차는 내수 판매 목표의 80% 이상을 달성하며 순항 중이다. 현재 판매 추세를 고려하면 남은 기간 올해 판매 목표인 현대차 68만3000대, 기아차 51만5000대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10월까지 57만1683대를 판매해 목표치의 83.7%, 기아차(42만6021대)도 82.7%를 넘어섰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다양한 신차를 쏟아냈다. 소형 SUV 신차인 '코나', '스토닉'을 비롯해 중형 세단 '쏘나타 뉴라이즈', 고성능 세단 '스팅어', '제네시스 G70' 등을 내놓으며 침체된 내수 시장을 공략했다.
쌍용차는 올해 10월까지 8만7261대를 판매해 연초 발표한 판매 목표 11만대의 79.3%를 달성했다. 쌍용차 실적 향상은 안정적인 노사 관계가 밑바탕이 됐다. 쌍용차는 올해 7월 말 업계에서 가장 먼저 임단협을 타결하면서 8년 연속 무분규 기록을 세웠다.
SUV 제품군 강화는 쌍용차 목표 달성에 호재가 됐다. 올해 출시한 신차 '티볼리 아머'와 'G4 렉스턴'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도 판매 호조를 이끌었다. 티볼리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4만6097대, G4 렉스턴은 1만2412대가 판매되며 각각 동급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지엠은 올해 판매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력 모델 판매 부진에 철수설까지 고개를 들면서 경영상 악재로 작용했다. 올해 사상 최고치인 19만4000대를 판매하겠다고 밝힌 한국지엠의 10월까지 누적 판매는 11만176대로 목표치의 56.7%에 불과하다. 업계 판매 순위도 지난해 3위에서 쌍용차에 밀려나며 4위로 떨어졌다.
한국지엠이 올해 초 선보인 '올 뉴 크루즈'는 출시 초반 품질 문제와 고가 가격 정책으로 흥행에 실패했고, '트랙스'를 제외하면 SUV 시장 성장세에 대응할 신차도 부족했다. 경차 시장 위축으로 주력 모델인 '스파크'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판매 목표 달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10월까지 8만2282대를 판매하며 연초에 제시한 판매 목표인 12만대에 68.5% 달성에 그쳤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들어 4월까지 쌍용차를 2000대 가량 앞서며 4위 탈환했지만, 하반기 이후 'SM6'와 'QM6' 신차효과가 빠지면서 다시 5위로 밀려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을 적기에 출시했는지가 올해 내수 시장 성패를 갈랐다”며 “올해 남은 두 달여 남은 시점에서 업체별 판매 실적에 큰 이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