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봇업계가 무인운반장치(AGV) 사업을 강화한다. AGV가 협동로봇에 이어 차세대 로봇시장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AGV는 산업현장에서 활용하는 물류 로봇이다. 바닥에 라인을 설치한 후 정해진 동선에 맞춰 물자를 운반한다. 사람이 없어도 정해진 경로로 물자를 신속하게 이동하기 때문에 물류, 제조업 등 운송 수요가 많은 곳에서 쓰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과 로봇업계에서 AGV 연구가 한창이다. 물류 대기업은 물론 전통 제조업 관련 대기업에서도 AGV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CJ대한통운, 한화테크엠 등이 AGV를 연구하는 대기업으로 꼽힌다.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도 AGV를 비롯한 물류로봇 개발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로봇은 양로원과 병원 등을 타깃으로 한 자율주행 물류배송로봇 '고카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서준호 한국로봇산업협회 팀장은 “대기업에서 물류 이송용으로 로봇 도입을 검토하는 추세”라면서 “아마존이 AGV 도입으로 효과를 보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유수 기업이 AGV 연구에 나서는 까닭은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인더스트리 4.0과 스마트팩토리 등 산업현장 자동화 추세가 두드러지면서 AGV는 협동로봇과 신성장 아이템으로 수요가 늘었다.
국제로봇연맹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물류로봇 판매량은 2014년 1만2700대, 2015년 1만9000대로 증가했다. 이후 지속 성장세를 통해 2019년에는 6만5600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규모도 2015년 7억7900만달러에서 2019년 17억6000만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로봇업계에서는 AGV 고도화를 목표로 차기 제품을 개발한다. AGV가 자석, 바코드 등 라인을 토대로 움직이는 한계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AGV가 라인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동선이 바뀔 때마다 라인을 재조정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라인을 변경할 때마다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차기 AGV는 라인에 국한되지 않고도 현장을 빠르고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성수 경희대 공대학장은 “AGV가 정보통신기술과 접목해 안전기능을 확보하면 좁은 산업 현장에서도 안전하게 고속이동이 가능할 것”이라며 “향후 AGV는 별도 라인이 없이 간소화된 작업만으로도 주행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시장 개화를 대비한 규제 정비도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AGV가 자율주행단계로 넘어갔을 때 이를 관리·감독할 규정은 아직 미비하다”면서 “새로운 로봇군에 맞는 제도 정비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