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창원 R&D센터는 주방가전 산실이자 창원의 랜드마크입니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직을 모아 R&D센터를 만들었습니다.”

경남 창원시 LG전자 창원R&D센터는 첫 인상부터 남달랐다. 창틀 무늬 프레임에 통유리로 덮은 외관이 '미래형 개발 공간' 이미지를 선사했다. 주방가전을 개발하는 곳인 만큼 건물 형상도 냉장고를 본 땄다.
'미래형 융복합 연구소'를 표방하는 창원 R&D센터는 지난달 문을 열었다. 지상 20층과 지하 2층에 연면적 5만㎡ 규모로 완성됐다. 근무인원은 약 1500여명에 달한다.지하 시료보관실 외 냉장고 연구개발실, 쿠킹·빌트인 연구개발실과 공용시설, 휴게시설을 마련했다. 이전보다 총 연구 공간 50%, 1인당 근무면적은 40%나 넓어졌다.
지하 1층에 들어서니 'Next(개발 단계 모델)', 'S/S(양문형)' 등의 약어 아래 냉장고를 진열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지하 1층부터 지하 2층까지는 시료보관실이다. 일종의 '주방가전 도서관'으로, 연구원들이 제품 개발에 필요한 시료를 빌려갈 수 있다.
이전에는 연구소에서 시료를 제품별로 관리했다. 창원 R&D센터가 생기면서 냉장고, 오븐 등 주방가전 시료를 통합 보관하는 전용 공간을 확보했다. 지하 1층은 750대의 시료를 보관 가능한 400평 규모로 구성했다. 출시한 제품뿐 아니라 개발 단계 제품까지 모아뒀다. 경쟁사 제품도 일부 보관하고 있다.

4층 3D프린터실에서는 냉장고 개발 단계에 들어가는 부품의 약 80%를 생산한다. 작은 부품까지 정밀하게 만들어내는 데에 1~2일이 소요된다. LG전자는 2014년부터 3D 프린팅 기술을 도입, 모형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약 30% 절감했다. 비용도 연간 7억원을 절약했다. 보안 유지도 강화하고 연구 효율성도 높였다.
14층 요리개발실 테이블에는 쿠키와 스테이크가 차려져 있었다. 모두 디오스 광파오븐으로 조리했다. 최근 미국형 대형 오븐 쿡탑에 탑재한 '수비드' 조리법으로 구운 스테이크가 특히 주목받았다. '수비드'는 밀폐된 비닐봉지에 담긴 음식물을 미지근한 물속에 오랫동안 데우는 방식의 조리법이다. 요리개발실 연구원들은 이런 조리법을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여기서 탄생한 디오스 광파오븐은 총 272가지 조리 코스를 갖췄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은 “그간 흩어져있던 주방가전 R&D 조직이 하나의 생산동에서 '얼음정수기 냉장고'와 같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직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창원R&D센터는 창원1사업장이 스마트공장으로 변화하기 위한 첫 단계다. 2023년 가동하는 스마트공장은 '모듈러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통합 생산 시스템과 지능형 자율생산 시스템, 그린 사업장 등으로 구성된다. 연간 생산량은 현재 200만대에서 2023년 300만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송 사장은 “창원 공장뿐 아니라 내년 가동하는 미국 테네시 공장도 '지능형 자동화'를 적용한 스마트공장으로 선보일 것”이라면서 “설비 유지·보수 인력이 많이 필요한 만큼 5년간 (창원 스마트공장에서) 1000명 정도 더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창원=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