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700을 넘어서]<하·끝>4차산업혁명 혁신기업 거래소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

“코스닥시장이 발전하려면 혁신성장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 -최종구 금융위원장

“코스닥시장이 모험자본 조달의 산실로 확고히 자리 잡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7일 민관이 코스닥시장 살리기에 앞 다퉈 나서고 있다. 지난 1일 정부의 혁신기업 창업생태계 조성 방안 발표에 힘입어 코스닥지수도 700선을 넘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혁신기업 창업생태계 조성방안 발표에 힘입어 코스닥지수가 모처럼 2거래일 연속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부의 혁신기업 창업생태계 조성방안 발표에 힘입어 코스닥지수가 모처럼 2거래일 연속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부는 향후 3년간 30조원을 기술혁신기업에 투자해 제2의 벤처붐을 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지원정책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변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우리나라 코스닥시장은 기관과 외국인 비중이 매우 낮고 대부분(약 88%) 개인투자자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특성상 변동성과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고, 투자자 보호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진입, 퇴출이 빈번한 구조는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기관투자자 중심시장에 적합하다”며 “우리 코스닥시장의 폐지빈도가 낮은 것은 상장심사기능의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벤처붐이 꺼졌던 가장 결정적 이유는 당시 경영진의 비위행위로 인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문제도 컸다. 이에 따라 거래소 차원의 상장심사제도가 강화됐다.

코스닥시장의 신뢰 회복 노력이 이어졌다. 2009년에서 2015년까지 6년간 261개 기업이 퇴출됐다. 그 결과 코스닥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부품·제조 등과 같은 IT기업에서 바이오(BT)·콘텐츠(CT)기업 위주로 다양하게 확대됐다. 9월 기준 올해 코스닥시장 신규상장기업은 74개사, 공모액이 2조7000억원을 넘겼다. 역대 최대 규모다.

실제로 코스닥 시총 상위기업은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 CJ E&M, 티슈진, 로엔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중 신라젠은 상장 1년만에 공모가에 5.5배가 올랐고, 올해 상장한 게임사 펄어비스는 코스닥 시총 20위권에 진입, 1조7000억원대 기업으로 올라섰다.

퇴행성관절염 치료제(인보사) 개발기업인 티슈진 코스닥시장 상장 모습. 2001년 1.8%였던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비중은 이미 2015년 기준 20%를 넘어섰다.
퇴행성관절염 치료제(인보사) 개발기업인 티슈진 코스닥시장 상장 모습. 2001년 1.8%였던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비중은 이미 2015년 기준 20%를 넘어섰다.

이는 코스닥의 차세대 혁신기업의 공급처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혁신기업으로 주인공이 교체됐다.

정영채 NH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는 “과거에는 한국 바이오기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직접 승인을 받는다는 것은 꿈도 못 꿨지만 이제는 시장에서 조달된 비용으로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로 이전한 네이버, 엔씨소프트, 카카오 등은 이미 자산과 조직이 비대하게 커진 상황이라 신성장동력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도 코스닥시장 중심으로 자본시장을 혁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상장제도를 글로벌 수준으로 재정비하고, 펀드와 연기금 등의 코스닥시장 투자 관심을 높일 예정이다.

또 초대형 투자은행(IB)은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이 중 절반을 기업금융에 쓰도록 유도한다. 대형증권사의 기업 발굴·심사·투자능력 강화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혁신성장에는 모험자본의 적시 공급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간 모험자본시장의 육성이다.

코스닥 기업공개(IPO)에만 회수시장이 집중된 문제를 코넥스 규제완화 및 세컨더리시장 활성화 등으로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자율성과 인센티브 강화 방향도 이런 차원에서 진행 중이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지난 수년간의 정책자금에도 불구하고 데스밸리에 있는 벤처기업의 자금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고, 수익을 내는 기업공개(IPO) 기업에만 몰려있다”며 “진성 모험자본이 활성화되려면 인수합병(M&A)시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