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송출수수료 협상 해넘기나...홈쇼핑, 인상 확대 요구에 "가이드라인 유명무실 우려"

홈쇼핑 업계와 일부 유료방송사업자의 연간 송출수수료 협상이 해를 넘길 전망이다. 채널 등급에 따라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인상률을 요구하는 유료방송과 이에 난색하는 홈쇼핑이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송출수수료 협상이 답보에 빠지면서 홈쇼핑 사업자와 입점 판매사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공산이 높아졌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홈쇼핑 사업자는 최근 SK브로드밴드와 올해 분 송출수수료를 채널 등급별로 인상하기로 잠정합의했다. 인상률은 S급 10% 중반, A급 20% 중반 수준으로 확인됐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와) 구체적 요율을 밝힐 수 없지만 계약서를 작성하기 직전 단계다”라면서 “최근 수년간 채널 별 취급액과 업계 상황을 감안해 인상안에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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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지난 상반기 채널 번호에 따라 전년 대비 20~30% 차등 인상하기로 협상을 마쳤다. 하지만 LG유플러스와 KT스카이라이프는 홈쇼핑과 송출수수료 규모에 입장 차이를 보이며 협상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IPTV 가입자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줄어든 케이블TV 업계는 올해 전년과 비슷한 요율을 기준으로 협상을 나섰다. 하지만 일부 사업자는 인상을, 홈쇼핑은 인하 또는 동결을 주장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들 사업자의 협상 결과는 최악의 경우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홈쇼핑 관계자는 “판매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유료방송은 송출수수료 협상에서 홈쇼핑 보다 우월한 위치”라면서 “현재 이용 채널을 T커머스 등 다른 사업자에 넘길 수 있다는 압박도 있다”고 토로했다.

홈쇼핑 업계는 통상 연 단위로 지불하는 송출수수료를 연초 고정비용으로 확보한다. 당초 예상보다 수수료 규모가 커지면 당장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판매 수수료를 올리면서 협력사 및 입점 중소 상인들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 급증한 수수료를 소화하기 위해 생태계를 붕괴시키는 꼴이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홈쇼핑 송출수수료 계약 과장에서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시행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은 △협상 원칙과 절차 △정당한 사유 없는 부당행위 △송출수수료 산정 고려요소 등을 제시한다.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으로 홈쇼핑과 유료방송의 수익구조, 송출수수료에 따른 방송사업 매출 증감, 유료방송 가입자수, 홈쇼핑 방송 채널 송출 비용 등을 고려하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홈쇼핑 업계 일부는 정부가 주요 조항을 보완해 실질적으로 업계 갈등을 억제할 수 있는 법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협상에 적용하고 있거나 입장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할 수 있는 포괄적 내용으로 구성돼 실제 협상에서는 유명무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홈쇼핑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제라도 정부와 업계가 송출수수료 협상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은 다행”이라면서 “'연 최고 인상률 상한'을 비롯해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 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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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