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세대가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는 현대 사회에서도, 결혼은 사람들에게 인생 2막을 여는 중요한 분기점으로서 인식된다. 결혼문화만큼은 IT가 만들어낸 다양한 정보흐름에 따라 과거보다 점점 섬세해지고 슬림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주 '컬처에센스(Culture Essence)'에서는 IT 발전에 따른 결혼풍속도와 의의 등을 살펴본다.
◇사람으로 마주하던 남녀, IT 거울로 마주하다
결혼의 단초인 남녀의 만남은 우연한 마주침이거나 양측을 아는 중간자가 서로를 연결해주면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바쁜 일상 속의 사람들을 연결하는 IT 구조가 남녀의 만남도 관할할 정도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IT가 가져온 남녀 간의 만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IT에 근거한 다양한 소셜 데이팅 앱 이용이다. 정오의 데이트·아만다·당연시·글램 등 숱한 종류의 데이팅 앱들은 가입 시 등록한 기본정보와 프로필 사진, 목소리 등 다양한 형태의 힌트들을 바탕으로 개인이 직접 상대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면서 만남까지 이어지는 형태를 취한다. 이들 앱은 누군가의 주선이 아닌 스스로 만남을 개척해간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상의 소개팅 또는 미팅 등과 유사하지만, 온라인상에서 가벼운 대화를 먼저 나눔으로써 실질적인 만남 전 일부나마 서로의 성향을 알 수 있고 직접적 만남에서 생길 수 있는 부담감이나 어색함을 없앨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여기에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소셜메신저를 통한 만남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소통채널인 소셜메신저는 같은 생각과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의 일상공유 뿐만 아니라 일대일 대면에도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인간관계는 물론 연인, 부부관계까지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상대에 대한 호감여부를 떠나서 가볍게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되풀이할 수 있는 여지를 크게 남기면서, 성별에 대한 거리감 또는 불신감을 낳을 수도 있고 기본 정보자체를 속이면서 범죄에 악용할 수 있어 사람 간의 직접적 소개로 이어지는 만남을 대체할만한 완벽한 수단이라 할 수 없는 것은 한계다.
이외에도 이벤트나 전화, 모바일신청 등으로 DB를 구축해 만남을 주선하는 듀오·가연·바로연 등 결혼정보회사들이 있다. 이들은 다양한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DB구축부터 만남까지 합리적으로 만남을 주선한다는 점에서 구혼남녀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기본적 데이터 오류가 있거나 IT로 측량할 수 없는 내면소양 등에 대해서는 판별할 수 없기에 자칫 가벼운 만남이 되거나 지속적인 관계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난점이다.
전체적으로 21세기 IT는 사회 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면서 남녀관계를 주선하는 단계까지 와있다. 물론 신뢰도 부분에 있어서는 직접적 만남만큼 완벽할 수 없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접점이 부족한 인간관계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면서 연인·결혼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거창한 '인륜지대사' 신기루 벗긴 IT, 미니멀리즘 예식문화를 만들다
IT는 결혼의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남녀 간의 만남에서는 한계점을 보이지만, 데이트·프러포즈 등은 물론 예식문화 자체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예식문화는 '관혼상제' 중 하나라는 이름아래 여러 단계에 걸쳐 거창하게 진행됐던바 온라인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을 듯 했지만, 알뜰한 소비를 지향하는 현대인 성향에 힘입어 IT에 근거한 다양한 서비스들로 좀 더 합리적이고 섬세한 모습으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먼저 결혼을 알리는 '청첩문화'부터 바뀌었다. 과거에는 대략 한 달 전부터 인쇄된 종이 청첩장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었다. 스마트폰 등장을 계기로 발달한 모바일 문화는 청첩장 형태와 전달경로를 온라인화해 보다 쉽고 빠르게 축하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한다. 여기에 모바일 뱅킹, 간편결제 등 핀테크 산업 발달로 하객들의 축의금 문화도 사이버화되면서 더욱 간단명료해졌다.
소위 '스드메'라 불리는 스튜디오 웨딩촬영과 드레스, 메이크업은 물론 예식장이나 예식의복 대여 등에 대한 일체비용이 합리적인 가격대를 찾아가고 있다. 과거 이들은 한꺼번에 묶은 패키지 형태로 존재하면서 과다지출의 온상으로 낙인찍혔던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홈페이지는 물론 오픈마켓이나 구글·애플 앱스토어 내 앱 등을 통해 세부적인 사항과 가격비교 등이 가능해지면서, 보다 실속 있는 소비패턴에 맞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실속패턴과 분위기에 맞춰 자신만의 특별한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두드러지며 셀프웨딩 문화가 등장했고, 이것이 각종 소셜과 온라인 매체를 통해 널리 확산되면서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또 옥션·G마켓·11번가 등 오픈마켓이나 티몬·쿠팡·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등은 일상쇼핑에서뿐만 아니라, 혼수·예단 등 결혼생활에 필요한 가전제품이나 주방기구 등 생활용품, 신혼여행 등을 위한 여행상품 구매 등을 쉽고 빠르게 진행시키면서 과거에 비해 결혼생활의 사전준비에 대한 부담감을 다소 덜어내고 있다.
이렇듯 사이버에 힘입은 예식문화 변화는 서비스 또는 상품 부실구성 또는 추가비용 제기 등 신뢰를 갉아먹는 문제들과 관습화된 결혼문화의 잔재 때문에 완벽하게 자리 잡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기본 예식문화와 소비패턴에 대한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사회 기본까지 바꾸는 IT문화, 인간다운 대비는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21세기 IT문화 충격은 만남과 연애, 결혼이라는 사회 상호작용에 탄력을 주고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IT는 결혼문화 자체에 대해서는 보다 합리적이고 섬세한 범위에서의 변화로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으나, 이를 둘러싼 신뢰도 하락이나 결혼 이전의 만남 등에 있어서의 회의감 등을 토대로 개인화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문제다.
특히 경제적 요인과 함께 IT문화의 비대면적 편리성 때문에 결혼·연애의 포기 또는 불신이 늘어나면서 등장한 나홀로·비혼 가구의 증가는 사회·경제 성장 동력의 한계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이를 대체하려는 IT로 인해 인간의 설 자리를 점점 뺏기게 되므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최근 만남·연애·결혼 등의 기본적 사회구성 문화에 있어서의 IT는 오프라인 접점이 적은 이들을 한데 묶어 새로운 소통 창구를 만들고 있는 반면, 이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 때문에 사회전체 불신감과 개인화를 불러일으키는 첫 단추가 되기도 한다”면서 “이에 따른 인간의 신뢰성 회복 조치는 기술·제도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본연의 감성을 어루만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다양한 기술개발을 토대로 소통 접점을 늘려나가는 방법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