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결혼 프로그램이 줬던 결혼에 대한 판타지는 '가상'에 초점을 맞추느냐 '결혼'을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재미와 진정성의 갈림길에서 시청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는 2008년 3월에 시즌1을 시작해 올해 시즌4까지 이어졌으며, JTBC '님과 함께'는 2014년 시즌1을 거쳐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이하 '최고의 사랑')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TV조선 '애정통일 남남북녀' 역시 2014년 시즌1을 시작해 올해 시즌2를 종료했다.
◇시청자들은 가상 결혼에서 더 이상 리얼리티를 요구하지 않는다
'우결'과 같은 가상 결혼 프로그램에서 가상 부부가 된 선남선녀 커플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들이 현실에서도 사귀어 실제로 결혼을 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기대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예능 프로그램이었지만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진정성을 원했고, 애인이 있거나 결혼할 상대가 있으면서도 출연한 사람에게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가상 결혼은 실제가 아니라고 믿으며 더 이상 리얼리티를 요구하지 않게 됐다.
'최고의 사랑'에서 윤정수와 김숙은 대놓고 쇼윈도 부부라는 콘셉트를 설정했고, 리얼리티를 기대하지 않는 가상 결혼 프로그램은 긴장감 없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은 실제 신혼부부와 사귈 수도 있는 썸을 타는 관계에서 리얼리티를 찾게 됐다.
◇가능성 있는 리얼리티에 시청자들은 감정 이입한다
실제 부부가 등장하는 tvN '신혼일기'는 구혜선·안재현 편에 이어 오상진·김소영 편이 방송됐다. 다양한 분야의 커플들이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은 SBS '동상이몽1-너는 내운명'에서도 볼 수 있다.
시청자들은 누군지도 모르고 중매결혼을 한 것처럼 부부가 되는 가상 결혼 프로그램보다 실제 부부의 이야기, 현재는 썸을 타고 있지만 잘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옮기기 시작했다. JTBC '효리네 민박'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아이유의 활약도 있었지만, 이효리와 이상순이 아직도 신혼처럼 달달한 모습을 보여줘 결혼에 대한 판타지를 자극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결혼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대, 연애하는 예능이 더 마음 편하다
3포 시대, 5포 시대, 뭔가 포기해야 할 것이 많은 시대에서 결혼은 그 중심에 있다.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망설이는 많은 사람에게는 가상 결혼보다 연애하는 예능이 더 마음 편하고 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썸과 연애 사이에서 애태우는 청춘남녀와 그들을 바라보며 응원하는 패널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채널A의 '하트시그널'은 종방 후에도 지속적으로 시청자 관심을 받고 있다. 시청자는 등장인물에 직접 감정이입할 수도 있고, 등장인물에 감정이입해 이야기하는 패널에게 감정이입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추석 파일럿으로 방송됐던 '이론상 완벽한 남자'(이하 '이완남')가 11월 10일부터 정규 편성된다. '이완남'은 전문가들의 과학적이고 체계적 분석을 통해 커플 매칭을 하기 때문에 지적 호기심과 추리력에 열광하는 우리나라 시청자의 요구를 충족하고 있다.
천상욱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