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日전기차 충전소 가보니...접근성 '좋고' 요금은 '비싸'

일본 전기차 충전인프라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도로를 달리는 전기차 수보다 더 많은 충전인프라가 앞서 깔려 있었다. 충전소가 눈에 보여야 전기차 이용자가 늘어난다는 생각은 어디든 비슷했다.

현지 자동차 업체 관계자 안내로 도쿄에서 지하철로 약 1시간을 달려 요코하마역과 연결된 소고백화점 전기차 유료 충전소를 찾았다. 550개 주차면에 8층 규모로 층층마다 충전기가 22개씩 총 176개 주차면에 설치됐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1층부터 8층까지 전체를 확인했지만 충전 중인 차량은 3~4대뿐이었다. 요코하마와 도쿄 시내를 돌며 현지의 충전인프라 운영 실상을 살펴봤다.

일본 요코하마시 소고백화점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
일본 요코하마시 소고백화점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

◇일반차·전기차 구분없이 이용...'찾기 쉬운 표시판 설치'

소고백화점에 설치된 176개 충전기는 7㎾h급 충전기를 주로 쓰는 우리와 달리 전부 5㎾h급 완속충전기가 깔려 있었다. 충전속도는 우리나라 충전기보다 느린 형태지만, 시설물 전력운영과 완제품가격 등을 고려하면 효율적이다. 일본에는 배터리전기차(BEV)보다 배터리용량이 적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가 많기 때문에 낮은 출력 설비를 선호하고 있다. 같은 이유에서 이곳의 급속충전기(50㎾h)는 단 1개뿐이었다. 하지만 1기 급속충전기는 별도 2개 주차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충전 시간을 30분으로 제한해 놓고 다음 전기차 운전자도 사용하도록 한 비상 조치다.

일본 요코하마시 소고백화점 내 유료 급속충전소.
일본 요코하마시 소고백화점 내 유료 급속충전소.

완속충전기는 우리나라 충전기와 비교해 단순했다. 충전기 별로 번호를 부착해, 각각의 층에 별도 설치된 1개의 설비에서 일괄 결제하는 방식이다. 충전기마다 사용자인증·과금을 위한 통신모뎀 등을 내장한 우리와는 달리, 한 곳에서 인증·과금을 처리하기 때문에 충전기 가격이 저렴하다.

일본 요코하마시 소고백화점 충전소를 이용한 전기차 운전자가 과금을 하고 있다.
일본 요코하마시 소고백화점 충전소를 이용한 전기차 운전자가 과금을 하고 있다.

여기에 일반차와 전기차를 구분 없이 주차를 허용한 것도 우리와는 다른 형태다. 전기차 이용자가 점차 늘어나면 단계적으로 전용 충전·주차면을 늘릴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소고백화점 충전소를 나와 현지 충전소 안내 앱 'GoGOEV'를 켜고 인근에 또 다른 유료 충전소를 찾아갔다. 예상보다 충전소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건물 주차장 입구에 '전기차 충전소'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찾아간 도쿄 시내 오타지역 대형할인점인 이토요가도 충전소도 통일된 안내 표지판이 있어 찾기 쉬웠다. 이토요가도 역시도 5㎾h급 충전기 100대와 급속충전기 1기만이 설치돼 있었다. 과금 방식도 같았고, 일반차의 주차를 허용한 것도 같았다. 그만큼 일본 내 충전소는 설치·운영 기준이 규격화돼 있었다.

일본 요코하마시 시내 한 호텔 주차장 입구에 전기차 충전소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일본 요코하마시 시내 한 호텔 주차장 입구에 전기차 충전소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현지 업체 관계자는 “일본은 고속도로 휴게소를 제외하고 유통점 등 공공시설물 중심으로 유료 충전소가 확대되는 추세다”며 “가정 내 충전기를 보유한 이용자는 드물기 때문에 대부분 생활편의시설 충전소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호환성 '미흡', 가격은 '천차만별'

일본 충전인프라는 활용면에서는 우리보다 효율적이지만, 인증·결제 호환성은 미흡했다. 마치 노선마다 결제를 새로해야하는 일본 지하철과 같은 구조였다. 충전 요금도 제각각이지만, 현지 전력상황을 고려해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일본의 충전비용은 전기 ㎾당 요금을 산정하는 우리와 달리 시간제로 과금한다. 토요타·닛산·혼다·미쓰미시 합작사인 거대사업자 NCS(일본충전서비스)를 비롯해, 토요다·닛산·BMW·테슬라 등 자동차 제작사도 별도 충전인프라나 공용충전인프라와 연계한 서비스를 운영한다. 또 대형 슈퍼체인 이온(AEON)과 세븐일레븐도 충전서비스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하지만 일본 내 모든 인프라의 호환이 가능한 건 NCS가 유일하다. 이 회사 카드를 이용하면 일본 내 어디든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용 가격은 가장 비싸다.

최초 가입비와 매달 지불하는 멤버쉽 비용에다, 충전 때마다 사용량(주차시간)만큼 비용을 내야하는 구조다. 가입비와 멤버쉽비는 완속, 급속, 완·급속 세 가지로 구분하고 가입비는 3만엔(약 29만원)에서 최대 15만엔(약 146만원)한다. 멤버쉽 비용은 매달 1400엔~4200엔을 내야만 사용할 수 있다. 가입비와 멤버쉽비를 지불하고도 충전소 이용 시 분당 2.5엔(완속), 13엔(급속)을 지불해야 한다. 우리나라 요금구조와 비교도 안될 만큼 높은 가격 구조다.

자동차 제작사 충전요금은 비교적 단순했다. 이들 제작사는 대부분 월단위로 무제한 완·급속충전 서비스를 하는데 이 비용은 1000엔대에서 5000엔까지 분포됐다. 자사 차량 유형에 따라 급속 또는 완속을 구분한 형태다. 무제한 서비스가 아닌 일반 충전 요금은 보통 30분 당 완속은 75엔, 급속은 450엔이다.

이온이나 세븐일레븐도 급속요금을 30분 당 각각 300엔, 450엔으로 책정했다. 다만 완속은 무료이거나 30분에 60엔을 받는다.

가입비나 연회비 없이 완속(7㎾h)충전 시 ㎾당 170원, 급속(50㎾h)은 ㎾당 330원을 내는 우리나라 사정과는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도쿄(일본)=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