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여러 종류의 유전자를 정밀하게 증폭,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암, 알츠하이머 같은 유전 질환 진단에 이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낙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최정규 고려대 교수 공동 연구팀은 하이드로젤을 이용해 동시에 여러 유전자를 증폭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하이드로젤은 수분 함량이 90% 이상인 친수성 고분자다. 생체친화성이 뛰어나 인공장기나 약물전달체로 쓰인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실시간핵산증폭(qPCR) 과정을 개선했다. qPCR는 극소량의 유전 물질을 증폭해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유무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암, 알츠하이머 같은 유전 질환 진단과 예후 관찰에 이용된다.
기존에는 용액 기반으로 qPCR가 이뤄졌다. 단일 샘플에서 3~4개 유전자만 동시에 검출했다. 증폭 개시제(프라이머)를 정교하게 설계해도 비특이적 증폭이 일어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하이드로젤 안에서 qPCR 반응이 일어나도록 했다. 복잡한 프라이머 디자인 없이도 여러 종류의 마이크로 RNA를 특이적으로 검출했다.
플라스틱 칩 안에 여러 개의 하이드로젤 기둥을 세우고 자외선을 쪼여 고정했다. 하이드로젤 안에는 특정 마이크로RNA를 증폭하기 위한 프라이머가 고정돼 있다. 하이드로젤 기둥 수 만큼, 최대 27개 유전자를 동시에 검출할 수 있다.
이때 하이드로젤 기둥은 서로 떨어져 있다. 프라이머 간 상호 간섭이 제어된다. 기존 qPCR의 난제로 꼽혔던 비특이적 유전자 증폭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최낙원 KIST 박사는 “하이드로젤을 이용해 여러 유전자를 동시에 정밀 검출해내는 최적 기술을 개발했다”면서 “알츠하이머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전질환의 진단에 적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바이오센서스앤바이오일렉트로닉스'에 게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연구)과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과기정통부·산업통상자원부 나노융합2020사업, 산업부 바이오산업핵신기술개발사업, KIST 기관고유사업으로 수행됐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