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신문 지상에서 '새 정부'라는 단어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5월 출범했다. 사상 초유의 탄핵 정국에서 출범했고, 인수위원회가 없었음을 감안해도 6개월이면 정부의 틀을 갖출 시간이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현 정부'다.
많은 국민과 마찬가지로 과학기술계도 문재인 정부에 거는 기대가 컸다. 정부도 연구자 주도의 기초 연구 확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확립, 청년과학자 육성, 연구 산업 진흥 같은 비전을 제시하며 부응했다.
눈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쏠린다. 한때 부처 존폐까지 언급됐지만 오히려 더 큰 역할을 부여받았다. '4차 산업혁명 주무 부처'라는 간판을 달았다. 과학기술 기반의 일자리 창출까지 바라본다.
어느 분야든 개혁의 동력은 집권 초에 가장 강하다. 국민들의 지지도 높다. 개혁 방향도 명확한 편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행정·운영 체계 개편, 연구 관리 시스템 개혁 등 세부 과제가 한 방향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관건은 부처의 추진력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과기정통부는 이제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세부 실행 계획을 내놓고 이를 추진해야 한다. 구체화한 로드맵을 내놓지 않으면 '문재인표' 과기정통 정책은 유야무야 될 수 있다. 대통령 선거 공약처럼 '제목'과 '수식어'만 쏟아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현 정부는 과학기술, 정보통신, 산업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정부' '적폐'를 정리하는 수준밖에 없다. '지난 방식'과 '구태'에서 벗어나려면 강력한 정책과 변화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시스템화해야 한다.
현 정부가 내세운 '4차 산업혁명'도 슬로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무엇이 4차 산업혁명이고 어떤 산업과 서비스, 원천 기술을 택할 것인가도 내놓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는 이제 구체화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은 좋은 화두다. 화두가 화두 그 자체로 그쳐선 안 된다. 이의 구체화와 집행은 부처의 명운에 직결된다. 옛 미래창조과학부의 존폐가 흔들리던 게 불과 6개월 전이다. '현 정부의 과기정통부'다운 모습을 보여 줘야 할 때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