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사고 많은데…전선 안전 기준은 제자리

#2017년 1월 15일 여수 수산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점포 가운데 116개가 화재 피해를 봤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불은 한 시간도 안 돼 시장 전체로 확산됐다. 이번 사고는 2016년 11월 30일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 화재에 이어 한 달 만에 벌어진 대형 화재였다.

#최근 5년 동안 전통 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350건에 이른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매년 약 70건의 화재가 시장에서 발생, 900억원이 넘는 재산 피해를 보고 있다. 전통 시장은 전기와 가스시설의 무분별한 사용, 임의 설치 변경, 노후 전선 방치 등으로 화재 발생 위험이 높다. 전체 350건 가운데 전기 문제로 인한 화재가 178건으로 절반(50.9%)을 넘었다.

화재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보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전력 케이블의 안전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통 시장뿐만 아니라 빌딩이 초고층화되고 지하 공간이 쇼핑몰 등으로 복잡해지면서 화재 발생 시 심각한 피해가 우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열에 강한 케이블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외국보다 낮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관련 규정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내외 현황

전선 업계에 따르면 해외는 화재 위험성이 크고 인명과 재산 피해 가능성이 있는 시설물의 경우 난연과 내화 등급이 높은 전선을 적용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난연과 내화 등급 기준은 대체로 낮다.

난연의 경우 C등급(Cat.C)으로 굳어진 상황이다. 난연은 불이 잘 붙지 않고 빠른 시간에 확산이 되지 않는 개념으로, B등급이나 A등급 등 등급이 높을수록 난연 특성이 더 우수함을 나타낸다.

국내 난연 케이블 기준이 C등급에 그치게 된 건 전기설비기술기준령 내 전기설비기술기준의 판단 기준 때문이다. 이 규정에는 트레이(철골구조물)에 설치되는 케이블은 난연 C등급 이상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2001년부터 난연 기준이 명기되면서 건물, 공장, 아파트, 상가 등에 설치되는 전선이 사실상 C등급으로 표준화됐다.

해외는 이와 관련해 A등급으로 올리고 있다. 전선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베트남에 구축되는 플랜트 프로젝트에는 A등급 케이블이 요구된다. 강제 규정은 아니지만 안전을 위한 자발 채택 분위기가 형성됐다.

내화 케이블 기준도 국내는 낮다. 업계에 따르면 내화 케이블의 경우 유럽에서는 영국국가규격에 따라 섭씨 950도급(3시간) 내화 케이블이 판매된다. 최근 중동 및 아시아 지역에서도 이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호주도 국가 규격에 따라 1050도급(2시간) 내화 케이블을 판매한다. 그러나 한국은 소방법 기준(소방용 전선의 성능 인증 및 제품 검사의 기술 기준)에 맞춰 750도(1시간 30분)급 제품을 팔고 있다.

◇난연·내화 케이블이 중요한 이유는

난연과 내화 케이블은 쉽게 말해서 불에 잘 타지 않는 전선이다. 불에 연소되는 시간이 늦을수록 대피 시간과 소방시간을 벌 수 있다.

내화 케이블은 더 중요하다. 내화 케이블은 소방안전 시설에 전원을 공급하는 케이블이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비상등, 화재경보기, 스프링클러, 유독 가스 환기 장치 등이 정상 작동을 하기 위해서는 전력 케이블이 고온에서도 오랜 시간 성능을 유지해야 한다.

화재 발생 후 15분이 지나면 750도, 30분이 지나면 830도가 각각 넘어가기 때문에 인명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는 내화 성능이 훨씬 우수한 내화 케이블 사용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전선 업체 관계자는 “인명 구조에 필요한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더 높은 온도와 더 긴 시간에 견딜 수 있는 케이블의 사용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재 사고 많은데…전선 안전 기준은 제자리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