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준중형 세단 '올 뉴 크루즈'에 디젤 모델을 추가했다. 올해 마지막 신차 크루즈 디젤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회사를 둘러싼 위기설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판매량을 견인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태어났다.
한국지엠이 밝힌 크루즈 디젤의 개발 콘셉트는 '프리미엄 디젤'이다. 고급화된 사양으로 상품성을 높이고, 디젤 특유의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강조한다. 새로운 디젤 엔진을 바탕으로 유럽차 특유의 탄탄한 주행 질감을 구현한 점도 돋보인다.
서울 합정동을 출발해 경기 양주를 왕복하는 도심과 고속도로, 국도 등 약 90km 구간에서 새 심장을 이식한 크루즈 디젤을 타고 주행성능을 느껴봤다.
겉모습은 날렵하면서도 견고한 이미지를 지닌 기존 크루즈 가솔린과 크게 다르지 않다. 후면에 디젤 모델임을 나타내는 엠블럼이 추가된 정도다. 차체 크기는 전장 4665mm, 전고 1465mm, 전폭 1805mm에 축간거리 2700mm로, 준중형 세단치곤 부족함 없는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편의사양으로는 실내 공기 순환을 돕는 뒷좌석 에어 덕트, 겨울철 동승자 편의를 위한 2열 열선 시트를 추가했다.
변화의 핵심은 겉보다 속에 있다. 자동차 심장에 해당하는 엔진은 강력한 힘과 우수한 연비를 실현한 1.6ℓ CDTi 디젤을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134마력, 최대토크는 동급 최고 수준인 32.6kg·m에 이른다. 새 디젤 엔진은 GM 에코텍 엔진 제품군 최신 모델로, GM 디젤 제품 센터가 개발을 주도했다. 2만4000시간 이상의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700만km 이상의 주행 테스트를 통해 내구성과 효율성을 갖췄다.
시동을 걸면 '디젤이 맞나'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조용하다. 주행 중 진동과 소음을 잘 차단해 고급 디젤 세단을 탄듯한 느낌이 든다. 새 엔진은 유럽에서 '속삭이는 디젤(Whisper Diesel)'이란 별명이 얻을 만큼 이미 정숙성을 검증받았다. 도심 정체 구간에서는 공회전을 줄여주는 스톱앤스타트(Stop&Start) 기능이 매끄럽게 작동한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속도를 높였다. 직선 구간에서 경쾌하게 치고 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가속력을 좌우하는 최대토크가 2000~2250rpm에서 발휘돼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넉넉한 힘을 즐길 수 있다. 부드럽게 기어를 바꾸는 변속 반응도 인상적이다. 새 엔진과 조합된 3세대 6단 자동변속기는 기존 모델보다 효율성을 20% 개선, 기어비를 최적화해 가속력에 도움을 준다.
다이어트를 통해 무게도 최소화했다. 크루즈 디젤은 초고장력 강판 등 경량화 소재를 사용해 기존 모델보다 공차중량을 110kg 줄이면서도 차체 강성은 27% 높인 차세대 플랫폼을 적용했다. 가솔린 엔진보다 무거운 디젤 엔진을 탑재했음에도 공차중량이 1365kg에 불과하다.
국도로 빠져나와 구불구불한 와인딩 로드에서 코너링 실력을 체험했다. 민첩한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차량을 정직하게 이끈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토션 빔 방식을 적용한 서스펜션은 흔들림 없이 차체를 지지하며 정확히 라인을 그려 나간다. 다만 다소 높은 속도로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시승 후 계기판을 통해 확인한 연비는 ℓ당 16km 수준이었다. 크루즈 디젤이 인증 받은 복합연비(18인치 타이어 기준) 15.5km/ℓ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별히 연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격점이다.
크루즈 디젤 가격은 2249만~2558만원. 이날 시승한 크루즈 1.6 디젤 LTZ(2558만원)은 내비게이션 패키지(100만원), 스마트 드라이빙 패캐지(120만원), 시트 패키지(56만원) 등을 더한 2834만원이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