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년간 주류 업계에 몸담으며 영업으로 시작해 맥주회사 CEO에 오른 주류업계 전설로 통하는 장인수 전 오비맥주 부회장의 현장 복귀가 점쳐지고 있다. 고졸 출신 영업의 달인으로 '고신영달'로 불리며 탁월한 영업력과 경영수완으로 업계 2위였던 오비맥주를 15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올려놓은 입지적 인물이다. 장 전 부회장이 현업에 복귀할 경우 주류업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전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고 있는 보해양조는 실적부진 등 이유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구조조정 규모는 80명 수준이며 채원영 보해양조 대표이사는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채 대표와 각자대표를 맡아온 오너 3세 임지선 대표이사 부사장을 해외사업 전담 부서로 보직발령한 바 있다. 임 대표가 국내 사업에서 손을 땐 보해양조는 채 대표 체제로 운영돼 왔으나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보해양조는 지난 3월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구조조정 대신 노사가 임직원들 임금 10~30%를 반납하기도 했다. 경영 실적이 개선되면 반납분을 되돌려주는 조건으로 임원진은 20~30%, 직원은 10% 임금을 반납키로 했으며 지난 1월부터 반납해 왔다.
업계에서는 필사적으로 구조조정을 막아온 보해양조가 급작스럽게 구조조정을 진행한 배경으로 장 전 부회장을 영입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직을 제의한 보해양조 측에 장 전 부회장은 조직 슬림화와 경영회복을 위해 선 구조조정을 요청했고 이를 회사측이 받아들인 것이라는 평가다.
보해양조의 장 전 부회장 영입 제안은 지난 6월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보해양조는 장 전 부회장을 영입한 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구조조정 진행을 원하는 등 구조조정 시점에 이견을 보여 협상이 진척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실적부진으로 인한 경영악화가 계속되자 보해양조는 구조조정을 감행하며 장 전 부회장 영입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해양조는 지난해 매출 1149억원, 영업적자 56억6457만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으며 최근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에 지역 시장 점유율을 뺐기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줄어든 50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5억4338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흑자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는 직원 임금 및 마케팅·영업비 등 고정 지출을 절감한 효과로 실질적 실적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보해양조가 전국에 막강한 영업력을 보유하고 있는 장 전 부회장 영입에 성공할 경우 지역시장 점유율 회복은 물론 수도권 진출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2015년 12월 이사회에서 오비맥주 고문으로 물러난 장 전 부회장은 오비맥주 고문 기간도 종료됐으며 현재 회사 측에서 제공한 마포 사무실도 비운 상황이다. 앞서 2016년에는 부산·경남을 지역 기반으로 한 무학도 장 전 부회장을 영입에 나섰지만 가족들 반대에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부회장은 전자신문과 통화에서 “지난 6월 보해양조 측에서 제의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후 특별하게 진행되거나 현재 결정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