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가 철도, 조선, 공공주택건설 등 전통적 협력 분야 외에 자동차, 경전철, 5G, 전자상거래 등 신산업으로 협력 범위를 넓힌다. 2022년까지 양국 교역액이 30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한다. 그간 침체됐던 양국 간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장관급 경제협의체'를 구성한다.
9일 오후(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보고르 대통령궁에서 단독·확대정상회담을 갖고 경제·통상 분야의 실질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정상회담 계기 양해각서(MOU) 11건과 협약 3건을 체결했다. 양국은 에너지·발전, 금형, 철도, 조선, 공공주택건설 등 전통적 협력 분야 외에도 할랄 산업, 전자상거래, 신도시 개발 등으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2006년 맺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 차원 높은 공조를 지향하자는 의미에서 '특별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또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간 교역 증대 차원 뿐만 아니라 역내 번영을 이룩한다는 차원에서 상호 호혜적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조기에 타결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文, 인도네시아와 '6대 협력방향' 발표
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에 상호 경제발전은 물론이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더불어 잘사는' 협력모델을 제안했다. 6대 협력방향으로 △경제협력의 틀 복원 △협력분야 다각화 △기간산업 협력 강화 △사람중심 협력 △중소·중견기업 협력사업 확대 △교역구조 전환을 제시했다.
경제협력 틀 복원의 경우 한·인니경제협력위원회 등 장관급 경제협의체를 발전적으로 재편한다. 양국 정부 간 '산업·보건·교통협력 MOU'를 교환, 민간 경제협력을 지원한다.
기존 제조업과 자원개발 중심 협력에서 4차 산업혁명, 방위산업, 환경산업, 정보통신기술(ICT) 등으로 협력 지평을 넓힌다. 중소·중견기업이 주체가 되는 협력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사업 예산과 인력을 확대한다. 양국 중소기업의 무역비용 절감을 위해 통관 간소화 협정 체결도 제안했다.
채희본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은 “철강, 화학, 자동차 등 기간 산업분야 협력을 확대할 계획으로, 우리 정부는 자동차 분야 협력 확대를 많이 기대한다”며 “자동차 시장의 경우 아세안과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연간 100만대 이상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2020년내 1000개 디지털 스타트업 육성' 목표에 한국 기업들의 투자와 참여를 요청했다.
◇에너지 기술 수출 박차…MOU 6건 교환
발전산업 첫 해외수출국으로 맺은 인도네시아와의 인연이 에너지 협력 확대 성과로 이어졌다. 이번 순방에서 발전 관련 MOU는 찌레본 발전훈련센터 협력·아무랑 석탄화력 유지보수 자문, 무아라 타와르 가스복합발전 전환 등 6건으로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 발전산업에서 인도네시아는 상징적인 국가다. 찌레본 석탄화력은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국제입찰을 통해 수주한 최초의 대용량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다. 이후 탄중자티 석탄화력, 왐푸 수력 등 사업 수주가 이어졌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에너지 산업 우호국 관계가 맺어졌다.
이번 MOU 6건은 기존 우호관계를 확대하고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동북아 에너지 기술 수출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찌레본 발전훈련센터와 아무랑 석탄화력 유지보수 자문은 수출분야를 단순 프로젝트 수주를 넘어 기술 노하우와 인력 양성으로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 두산중공업이 참여한 무아라 타와르 가스복합발전 전환 사업 금융지원 협약도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대규모 장치산업에 필수적인 금융조달 분야 협력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와3 가스복합화력(800㎿) △깔띰3 석탄화력(200㎿) △찌레본3 석탄화력(660㎿) 사업 수주를 추진 중이다. 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순방을 계기로 이뤄진 MOU가 실제 사업수주 성과로 이어지면 탈석탄 정책으로 신규 건설이 없는 국내 석탄화력 산업에 새 활로가 될 전망이다.
◇초대형 인프라 구축 사업 선점 기대
투자 규모가 수조원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핵심 인프라 사업에서 우리 기업이 유리한 입지를 점했다.
국내 기업은 인도네시아 정부기관과 2·3단계 경전철(LRT) 사업을 비롯한 5개 분야 인프라 구축 사업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인프라 분야는 사업 규모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으로 연계 효과도 크다. 건설 분야 인도네시아 수출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철도시설공단은 진행 중인 1단계 LRT 사업을 발판으로 2단계와 3단계 구간도 건설할 수 있도록 자카르타주정부 산하 자산관리공사(JAKPRO)와 MOU를 교환했다.
공단은 4억2000만달러 규모 1단계 LRT 구축 사업(5.8㎞ 구간)을 진행 중이다. JAKPRO는 올 해 말 연장 8.95km 2단계 사업을 발주할 예정이다. 3단계까지 포함하면 구간은 102㎞로 사업 규모는 5조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1단계 사업 수주 경험과 이번 MOU로 2~3단계 사업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
배석주 인도네시아대사관 국토교통관은 “우리 철도 사업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하는 첫 번째 경전철 사업”이라며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동반 해외 진출하는 계기가 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자원공사는 카리안 상수도 사업과 봉카 수력발전소 건설 추진을 위해 현지 기관과 협력관계를 맺었다. 우리 물 산업이 해외로 나가는 기반을 조성했다.
인도네시아 저소득층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건설에도 우리 건설회사가 참여할 기회를 갖게 됐다. 한화건설은 인도네시아 국영기업 PT, PP와 5년간 저소득층 주택 17만호 건설을 위한 업무협력 합의각서(MOA)를 교환했다.
인도네시아 신도시 개발에서도 협력이 이뤄질 전망이다. 포스코건설은 인도네시아 PT와 LIDO 신도시 1단계 개발 프로젝트 MOU를 주고받았다. 인도네시아는 신도시 개발이 활발해 건설 시장 호황이 기대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인도네시아 교통부 장관과 해상수송을 제외한 교통 전 분야에 관한 포괄적 협력을 약속하는 한·인니 교통협력 MOU를 교환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공동취재 문보경, 조정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