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제 25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다낭 선언문'이 채택됐다.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한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지지를 명시하면서 지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선언문에 비해 진일보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다만 선언문에는 미국의 주장에 따라 '상호 이익이 되는 무역의 중요성',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의 완전한 이행 약속' 등이 반영됐다. APEC의 장기 비전인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의 경우 미국과 중국 간 입장 차로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합의되지 못했다.

APEC에 참석한 정상들은 11일(현지시간) 제25차 정상회의에서 “규범에 기반한 자유롭고 개방되며 공정하고 투명하며 다자 무역체제를 지지하는 APEC의 핵심적 역할을 강조한다”는 내용의 '다낭 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은 '새로운 역동성 창조, 함께하는 미래만들기' 주제 아래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의 증진, 지역경제 통합 심화, 소상공인·중소기업 잠재력 실현, 디지털시대의 질적 인적자원 개발 등을 아우르는 내용 39개항이 담겼다. 또 아태지역 내 경제·금융·사회 포용성 증진을 위한 행동의제, APEC 디지털 시대에서 인적 자원 개발 프레임워크 등 2개의 부속서도 마련했다.
선언문에는 “보호무역 조치 동결을 2020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한 약속을 상기한다”면서 “정당한 무역구제 조치의 역할을 인식하며 모든 불공정 무역관행을 포함한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기로 다시 약속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어 “연내 경제통합 의제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의 궁극적 실현을 위한 절차를 진전시킨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APEC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 열린 것이다. 미국은 예상대로 보호무역주의와 양자 무역 우선 정책을 강력하게 제시했다. 선언문 채택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미국과 다른 참가국 사이 대립구도가 펼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선언문에는 '규범에 기반한, 자유롭고 개방된, 투명하고 포용적인 다자무역체제 지지에 관한 APEC의 역할 강조', '2020년까지 보호무역조치 현행동결 약속 상기' 등의 문구가 포함됐다. 미국 측은 '시장 왜곡적 보조금 폐지' 등 다자무역체제 보완을 위한 몇 가지 항목을 포함시켰다.
또한 APEC의 장기 비전인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의 경우 미국과 중국 간 의견 차로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합의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APEC이 FTAAP 실현을 위한 포괄적 노력을 전개한다는 선언적 수준에서 문안이 합의됐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세계화 및 자유무역주의로 인한 불평등을 해소해야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의 보호무역주의 및 반세계화 정서의 근본 원인은 무역의 혜택이 사회계층에 광범하게 배분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무역자유화를 통한 성장 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이나 집단이 없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APEC 차원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