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중국의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할인 판매 행사에서 일일 판매액이 예상치를 훌쩍 넘은 28조원에 달했다.
알리바바는 광군제 행사가 진행된 11일 0시(현지시간)부터 24시간 동안 매출액이 1682억위안(28조3078억원)을 기록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07억위안보다 39.3%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 32%를 넘어서는 증가세이며 당초 예상치인 1500억위안도 훌쩍 뛰어넘은 결과다. 중국 소비자들의 높아진 구매력과 고급제품 수요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중국 중산층 소비자의 현금 보유액은 4조6000억달러(5150조원)를 웃도는 것으로 평가된다.
매출은 행사 개시 11초만에 1억위안(168억원), 28초만에 10억위안(1682억원), 3분1초만에 100억위안(1조6823억원)을 넘어선데 이어 정확히 9시간만에 1000억위안(16조823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광군제 당시 각각의 돌파시점 20초, 52초, 6분58초, 18시간55분과 비교해 절반 정도로 단축된 셈이다.
이에 따라 2012년 광군제 행사의 하루 매출(191억위안)은 단 5분57초만에, 2013년 매출(362억위안)은 16분10초만에, 2014년 매출(571억위안)은 1시간49초만에, 2015년 매출(1016억위안)은 9시간15분만에 뛰어넘었다.
이어 지난해 광군제 하루 매출 1207억위안(20조6723억원)을 13시간9분만에 돌파하고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하루 전 세계 225개 국가에서 지불 결제가 이뤄진 주문량은 14억8000만건이었고 배송 물량 8억1200만건이 생겨났다. 배송량으로만 따지면 지난해 6억5700만건보다 23.6% 늘어난 결과다.
초당 32만5000건의 최대 거래 주문이, 그리고 초당 25만6000건의 지불 결제가 이뤄졌다.
무엇보다 광군제의 폭발적 매출 증가는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간편한 모바일 구매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행사에서 모바일로 상품을 구매한 비율은 90%에 달했다. 모바일 상품 구매비율은 2013년 14.8%에서 2014년 42.6%, 2015년 68.7%, 2016년 82.0%로 꾸준히 높아지다가 처음으로 90%대를 기록한 것이다.
아울러 알리바바가 쇼핑의 글로벌화를 실행한 것도 예상 밖 매출증대에 한몫했다. 이번 행사에는 전체 14만개 브랜드 가운데 아디다스, P&G, 지멘스 등 6만개 이상의 해외 브랜드들이 참여했고, 중국의 100여개 브랜드들이 글로벌 판매를 진행했다.
이 같은 해외브랜드 참여는 2016년 1만1000여개보다 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한국 판매자와 브랜드들도 대거 참여해 '광군제 특수'의 가능성을 재차 타진했다.
총 거래액 기준 대비 해외 수입상품 판매 순위에 한국이 일본, 미국, 호주, 독일에 이어 다섯번째 순위로 올라갔다. 지난해 일본, 미국에 이어 세번째 순위였던 것에서 두 단계나 떨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한중관계의 현실에 비춰 비교적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으로 한국에 대한 감정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한류 금지령도 유지되고 있는 와중에 그나마 한중관계의 회복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군제 할인행사의 광고에 한류스타 전지현이 등장한 것도 한류 경제의 회복 조짐과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전지현은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의 광군제 판촉광고에 얼굴을 실었고 베이징 지하철에 한 화장품 광고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해외 소비자들도 광군제 세일의 기회를 노렸다. 올해 광군제에 중국 상품을 가장 많이 구매한 해외 소비자는 러시아, 홍콩, 미국, 대만, 호주 순이었다.
광군제 판매에 나선 기업 가운데 1억 위안의 매출을 올린 곳은 167곳에 달했다. 애플, 메이디(美的), 샤오미(小米)의 단일 거래액이 20억위안을 넘어서 가장 광군제 장사를 잘한 기업에 올랐고 6개 기업은 10억위안, 17개 기업은 5억위안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알리바바는 이번 행사에 가상 의상·화장품 체험인 매직미러, 패션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등의 기술을 도입했다. 광군제 행사에 앞서 2억5000만위안 상당의 할인쿠폰성 훙바오(紅包·돈봉투)를 뿌리기도 했다.
최지호기자 jho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