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3사의 자체제작브랜드(PB) 경쟁이 불붙고 있다. 경기 불황, 소비 침체, 각종 규제로 성장세가 둔화되자 다소 가격이 저렴하고 가성비 높은 PB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과거 품질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며 인기몰이를 해 온 PB 상품들도 일반 제조사 브랜드 못지않은 품질을 갖추며 유통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각기 다른 '3사3색' 전략으로 PB 상품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노브랜드'와 '피코크'에 집중, 정통 PB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롯데마트는 '프라임엘' '초이스엘 골드' '해빗' 등 다양한 브랜드 론칭을 통한 PB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365일 균일가 브랜드 '온리 프라이스'를 출시하며 PB 경쟁에 본격 불을 붙였다. 홈플러스는 이마트와 롯데마트와 달리 제3의 길을 걷고 있다. 제조업체브랜드(NB) 제조 회사들과의 경계 없는 '조인트 비즈니스 플랜'(JBP)을 통해 전통의 PB 개념보다는 일종의 전용상품(NPB) 형태의 단독 상품 개발에 집중하면서 품질 강화, 협력회사 브랜드 노출을 통한 동반 성장 지원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노브랜드'는 이마트가 상품 차별화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선보인 상품들이다. 2015년 4월 뚜껑 없는 변기 시트 등 총 9개 상품을 출시해 4월 한 달 동안 1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그해 매출 234억원을 올렸다. 2016년 당초 목표인 600가지 상품, 1000억원 매출을 뛰어넘어 1000개 상품, 1900억원 매출을 내는 성과를 보이는 등 이마트의 대표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을 뿐만 아니라 이마트 실적 호조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노브랜드의 성공 원인으로는 명확한 콘셉트 상품을 일관되게 선보인 전략이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들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초기에 과자 및 일부 생활용품을 선보이던 노브랜드는 현재 우유·라면 등 대표 식품부터 조미료, 욕실·청소용품, 세제, 침구 등 전 카테고리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상품을 선보임으로써 상품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 베트남점, 몽골점과 같은 해외 사업장을 시작으로 기타 해외 유통업체에 상품을 수출함으로써 앞으로 이마트의 해외 유통망 확대 초석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PB 제품 '온리프라이스'를 공개했다. 현재 134개 온리프라이스 제품을 내년 하반기까지 405개로 늘려 매출 13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온리프라이스를 앞으로 롯데마트 대표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롯데마트는 1998년 4월 창립 시기부터 '마그넷'이라는 브랜드로 '마그넷' 우유 등을 선보였다. 2000년에는 '위드원'이라는 의류 PB를 출시했다. 2002년 '롯데마그넷'에서 '롯데마트'로 상호를 변경하며 2003년 '와이즐렉' 브랜드를 출시하여 운영했고, 2011년 4월에는 '통큰' 브랜드를 PB로 선보였다. 같은 시기에 '초이스엘' 브랜드를 선보이며 현재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여러 브랜드가 생겼지만 이마트가 '노브랜드'와 '피코크'로 크게 매출을 올리면서 시장이 확대되자 롯데마트는 '온리프라이스'로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온리프라이스는 출시 초기에 칫솔·주방세제·휴지 등 일부 제품만 판매해 오다 현재는 식품을 비롯해 습기제거제, 티슈, 속옷, 일회용품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자체 개발 상품과 연중 동일한 가격 정책을 무기로 시장 내 온리프라이스의 존재감을 확고히 하겠다는 각오다.
990원, 9900원 등 10원이나 100원 단위가 아니라 1000원 단위로 가격을 책정해 가격 변동의 여지를 줄이는 한편 모든 제품 패키지에 가격을 명기해 소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품질은 높이되 가격은 일반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NB 상품보다 평균 35% 낮은 수준으로 유지한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김상현 사장(현 부회장) 취임 이후부터 상품 분야에서 기존의 가격 경쟁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품질'과 '가성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농가와 협력사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성장을 위한 수익도 보장해 줘야 고객에게 좋은 상품을 제공할 수 있고, 유통업체도 중장기 성장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공식품 분야에서는 기존 PB보다는 다양한 파트너와의 '업무제휴(JBP)'에 집중하고 있다. 혼합 개념이다. 홈플러스의 PB 상품은 NB와 PB 구분 없이 국내외 모든 파트너와 적극 협력, 고객들에게 최고 품질과 가성비를 갖춘 단독 상품을 제공해 나가는 데 집중한다.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 상품은 내부로 '가격 대비 기대 이상의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아 '뜻밖의 플러스' 상품으로 분류, PB 못지않은 공을 들이고 있다.
신선식품 분야에서도 PB에 준하는 단독 상품, 또는 독보하는 품질 향상을 통해 고객을 사로잡으려는 노력이 크다. 홈플러스는 신선식품 분야에서 지난해부터 품질 관리가 뛰어난 농가 대상의 '신선플러스 농장' 인증제를 도입하는 한편 국내외 산지 및 유통 전문가들과 협업해 수확, 포장, 운송, 진열 등 산지에서 고객 식탁에 이르는 유통 전 과정을 개선하는 '신선의 정석'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통업계 특성상 시대에 맞춰 PB 상품이 진화하고 있다”면서 “가성비에 이어 다양한 콘셉트로 PB 제품은 소비자 공략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