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편의점 자체브랜드(PB) 상품들이 선풍을 일으키며 시장을 키워 가고 있다. 유통업체는 차별화된 PB와 상품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중소제조업체는 안정된 판로를 확보할 수 있어 윈윈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장기로 볼 때 PB 상품이 대형 유통기업의 배만 불려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순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PB 제품 매출이 본격 증가한 시기는 2000년대 후반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PB 매출은 2008년 3조2000억원에서 2011년 5조8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GS25, 세븐일레븐, CU 등 편의점 3사의 PB 상품 매출은 2008년 1600억원에서 2013년 2조6000억원으로 무려 16배나 증가했다. 또 PB 상품 매출 비중은 같은 기간 4%에서 28%로 끌어올렸다.
PB 제품 인기에 국내 제과업계 불안감은 높아 가고 있다. 국내 제과 시장은 오리온,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크라운제과, 해태제과식품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유통업체가 '유통채널'을 앞세워 PB 제품을 늘리면서 국내 제과업계는 매출 감소를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리온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공지하는 투자설명서를 통해 “대형 유통업체의 PB 제품 비중 확대는 시장 경쟁 심화와 기존 제조업체 점유율 하락 등으로 이어져 당사를 비롯한 제조업체에 큰 위협이 될 전망”이라면서 “투자자들은 유의하기 바란다”고 알리기까지 했다.
앞으로 PB 제품의 매출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는 시장을 형성해 온 제과업체들에 점유율 하락 등 위협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PB 제품 범위가 제조업체들의 제품과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PB 제품 매출 증대는 제조업체 매출 하락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 PB의 성장은 정작 하청 납품업체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안정된 판로를 확보할 수 있지만 지나친 납품 단가 인하로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실제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유통 점포의 PB 상품 매출 비중이 1% 상승하면 유통점포당 매출액이 평균 2230만원 증가한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KDI에 따르면 PB 상품 시장이 성장해 대형 유통업체의 이익은 증가했지만 하청 제조업체의 이익은 변함이 없거나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KDI 측은 “PB 시장 확대로 인한 성장 혜택이 원청 유통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하청 제조업체로의 낙수 효과는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PB 상품 시장 확대가 장기로는 소비자에게 불리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PB 상품의 인기는 불황과 맞물려 가성비가 소비 척도가 되는 트렌드 때문”이라면서 “PB 상품의 지나친 증가는 기존 제품의 설자리를 위협, 가격이 다시 오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