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국가 정책으로 중국산 로봇부품 사용을 장려합니다. 우리도 로봇부품 산업 육성을 위한 새로운 대책이 필요합니다.”
송재복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부품업계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고려대 지능로봇연구실을 이끌며 산업용 로봇팔과 협동로봇, 자율주행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다년간 연구를 토대로 국내외 60여건의 특허를 보유했다. 국내 대기업에 로봇 관련 기술 이전 실적을 다수 보유한 로봇 전문가다.
로봇 핵심 부품인 서보모터와 감속기 국산 제품은 이미 시장에 존재한다. 그러나 국내 로봇 기업은 대부분 일본산 부품을 쓴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고가 장비가 고장 날 경우 금전 손실이 막대하다. 이 때문에 수요자는 로봇 안정성과 신뢰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미 성능이 검증된 외산 부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후발 주자인 국산 부품이 설 자리는 매우 좁다.
로봇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을 중시하는 수요자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국산 부품 채택은 일종의 모험으로 여겨진다. 부품업계는 제품을 내놓고도 현장 검증을 통한 신뢰성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송 교수는 국내 부품 산업이 주춤하는 사이에 후발 주자 중국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송 교수는 “중국은 국가 정책으로 중국산 로봇 부품 사용을 장려하고 중국 부품업계는 시장의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수정하면서 부품 품질 수준이 단기간에 대폭 향상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는 이러한 정책을 펴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도 연구개발(R%D) 과제 지원에서 양산 체제 지원으로 초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품 양산 설비와 성능 측정 장비는 중소기업이 독자 능력으로 마련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 송 교수는 감속기 치형과 성능 등을 검증하는 고가 측정 장비를 국가 기관이 제공해서 여러 회사가 공동 사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치형 가공에 필요한 고가 생산 장비 구매를 지원하는 등 부품업체의 실질 애로 사항을 해결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품 기업이 해외 시장에 먼저 진출해서 납품 실적을 쌓는 방법도 국내 업계가 택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국내 로봇 제작업체가 국산 부품을 채택하는 생태계를 갖추는 것이 이상형이지만 국제 경쟁 시대에 국산부품 애용만을 요청할 수는 없다”면서 “어려움이 있더라도 해외에서 신뢰를 확보하는 중장기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