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핵심인 의료정보화에 국가·사회적 관심은 적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요소기술에 관심이 쏠려, 정작 실질 서비스나 적용모델은 뒷전이다. 4차 산업혁명 최전선에 있는 병원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의료정보 투자에 대한 국가적 인식제고, 병원 간 협력 모델 필요성을 강조했다.
◇혁신 강조하면서 투자는 뒷전…병원 혼자만으로 힘들어
우리나라 병원 수익률은 평균 2%대다. 국립대학병원, 대형병원 등 적자에 허덕이는 병원도 상당하다. 환자가 줄을 서는 병원이 적자라고 하면 '앓는 소리'로 치부하기 일쑤다.
낮은 수가체계, 의료행위 외에 수익구조를 차단한 상황에서 실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건정책 개편, 의료 서비스 고도화에 따른 ICT 투자는 불가피하다. 수익률이 바닥에 허덕이는 병원에 장기적인 ICT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토론회에서는 왜곡된 의료 환경과 제한적 ICT 투자 현실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장혁재 연세의료원 의료정보실장은 “외부에서는 산업을 리딩하기 위해 의료정보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이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며 “병원 입장에서 외부 기대치에 부응할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수가체계 개편 등으로 국가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임상현 아주대의대 교수는 “정부가 ICT 투자 인센티브를 수가에 포함해 지원하지만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며 “정부는 DUR 시스템 개편처럼 전산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강요하면서 지원은 외면해 병원은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합리적 설득으로 투자 필요성 도출 절실
합리적 수준에서 정부 지원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국가, 사회적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의료정보시스템 투자에 따른 효과를 정부, 국민에 알릴 필요가 있다. 병원 내부 경영진에게도 ICT 투자 합리성을 설득해야 하는 이중적 위치다.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병원 의료정보시스템 투자에 정부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에 국민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에게 의료정보시스템 고도화에 따른 효과를, 정부에는 산업적 영향을 데이터로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CIO는 “여러 병원이 주요 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한다”며 “비용 절감은 물론 서비스 효과성을 경영진에게 설득하는 것도 CIO 역할”이라고 말했다.
◇의료정보, 병원을 넘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씨앗'으로
의료정보화는 대형병원, 수도권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지방병원도 성장 모멘텀이 된다. 병원과 기업이 어우러져 보건의료 생태계를 조성하는 씨앗이 돼야 한다.
김주한 전남대병원 전산실장은 “최근 병원에서도 화두인 빅데이터 플랫폼도 무조건 커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해소하고 지방병원 단위 작은 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협업이 요구된다”며 “의료정보 중요성이 강조돼 지방병원이 지속 투자하는 동기부여를 주고 수도권 병원과 협업 매개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진 인성정보 이사는 “병원에서도 AI, 빅데이터 등 최신 기술을 공유하고 도입하기 위해 협업을 강화하지만 단기 프로젝트나 논의 단계에 그친다”며 “기업이 신뢰를 갖고 참여하기 위해서는 병원이 선택적, 장기적으로 끌고 갈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윤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본부장은 “병원 ICT 인프라 투자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한다”며 “정부도 보건의료빅데이터 특별법 제정 등을 추진하면서 의료정보화에 관심이 큰 만큼 정책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