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율주행자동차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펼친 공식 운전대결에서 인간이 모두 승리했다. 자율주행차는 장애물을 거칠게 치고 나가거나, 주행을 완료하지 못하기도 했다. 지난해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와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대결에서는 인간이 패배했지만, 자동차 운전에서는 아직까지 인간이 뛰어났다.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기업지원허브에서 열린 '2017 판교 자율주행모터쇼(PAMS 2017)'에서 '자율주행차 vs 인간 대결미션'이 진행됐다.
이번 대결은 총 길이 250m 거리를 각종 장애물을 통과해서 빨리 도착하는 선수가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장애물 접촉 시 5초가 가산되고, 최고 속도는 시속 40㎞로 제한됐다. 주행코스는 우선 출발부터 150m 지점까지 13m 간격으로 놓인 장애물을 피해야 했다. 이후 250m 지점까지는 2.7미터 폭으로 구성된 'S'자 코스와 4굴절 코스를 빠져나와 결승선을 통과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인간 참가자는 운전 경력에 따라 △운전면허 취득 3년 이하 운전자(Beginner driver) △운전면허 취득 3년 이상 무사고 경력자(Best driver) △운수업 종사 경력 5년 이상 운전자(Expert driver) △운전면허 취득 5년 및 만 70세 이상 운전자(Senior driver) △한국자동차경주협회에 선수로 등록된 전문가(Pro driver)로 나눠서 진행했다.
자율주행차는 대창모터스 2인승 초소형 전기차 '다니고'를 기반으로 충북대학교 '타요'팀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됐다. 라이다(LiDAR), 카메라, GPS로 구성된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자율주행차는 '2017 대학생 자율주행 경진대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정식 대결에 앞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자율주행차 대결이 진행됐다. 남 지사는 장애물을 건드리지 않고 거침없이 주행을 마쳤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는 첫 번째 코스에서부터 장애물을 5~6차례 건드리며 주행했다. S자 코스에 다다라서는 장애물을 쓰러트리고 코스에 진입조차 못했다. 결국 주행을 포기하고 사람이 직접 운전해서 출발선으로 돌아왔다.
자율주행차는 본 대결에서도 제대도 된 주행을 선보이지 못했다. 총 다섯 번 대결 중 세 번은 시스템 이상으로 출발조차 하지 못했다. 자율주행차가 움직인 두 번 대결에서도 장애물을 치고 나가거나, 대결 도중 주행을 멈추는 일이 발생했다. 결국 모든 대결에서 인간이 승리했다.
주최 측은 대결을 마치고 자율주행차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주최 관계자는 “오전 시험 주행에서는 제대로 작동했는데, 몇 가지 시스템 상 몇 가지 문제점이 발생해 본 대결에서 제대로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비가 내려서 라이다, 레이더 센서에 오작동이 발생한 것도 또 다른 패인”이라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