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푸드테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배달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외식업 점포 수도 힘을 보탠다.
시장이 커지면서 혁신 기업, 기술도 쏟아지고 있다. 덕분에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졌다. 주문, 배달 대행에 맛집 추천, 모바일 식권, 식당 예약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수요가 비어있는 시장, 니치마켓을 노린 경쟁자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2세대 푸드테크를 향한 움직임까지 보인다. 음식 배달 전단을 앱으로 바꾼 1세대를 넘어 인공지능(AI)이 결합된 새로운 사업 모델이 등장할 전망이다.
◇푸드테크, 배달 넘어 외식시장 정조준
다수 경제 지표를 분석하면 배달시장 성장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온·오프라인 연계(O2O) 기반 배달시장 거래액은 3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광고비나 수수료 비율 5%를 곱하면 1700억원이 매출로 계산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15조원에 이르는 전체 배달시장 중 24%만 O2O로 넘어왔다. 배달 O2O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으로 불리는 이유다. 지금은 외식시장까지 넘볼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푸드테크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배달하는 식당과 하지 않는 가게 사이 경계도 모호해졌다.
국내 외식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108조에 이른다. 2005년 대비 무려 134% 커졌다. 연평균 성장률도 8.9%에 달한다. 3.6%에 그치는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두 배 넘게 가파르다. 이 같은 비율은 1인 가구 증가율과 궤적을 함께한다. 2015년 1인 가구 수는 520만이다. 전체 가구의 27.2%에 해당하는 수치다. 90년대 후반과 비교하면 5배가량 증가했다.
국내 외식 점포 숫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프랜차이즈 점포 숫자만 봐도 2012년 7만6138곳에서 2013년 8만8005곳, 2014년 9만3385, 2015년 10만4675곳으로 상승세를 탔다.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도 푸드테크 영향력을 감지할 수 있다. 푸드 분야는 2011년 처음 10%를 기록, 두 자릿수 점유율을 달성했다. 이후 2012~2014년 11%를 유지하다 2015년 12%, 2016년 13%로 확대됐다. 금액으로 보면 푸드 관련 온라인 커머스 시장은 2014년 47조8183억원에서 2015년 66조7696억원, 2016년 87조9850으로 초고속 성장했다.

◇니치마켓서 600억대 기업 탄생 유력
더 이상 푸드테크 산업을 영역으로 쪼개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만큼 니치마켓을 공략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다만 돈이 가장 많이 몰린 시장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음식 배달이다. 배달의민족과 같은 걸출한 스타 기업이 속해있다.
이들 업체는 앱만 켜면 원하는 음식, 가게를 고를 수 있고 결제까지 손쉽게 이뤄지게 서비스를 설계, 인기를 끌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매출 1000억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배달 대행 업계도 자리를 잡았다. 배달의민족과 달리 라이더가 없는 음식점을 대상으로 배달을 대신해준다. 바로고를 선두로 배민라이더스, 생각대로, 식신히어로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두 시장을 제외하면 전문 영역으로 분류된다. 맛집 정보 제공 서비스를 시작으로 음식점 예약대행, 식재료 배송, 요리 레시피, 농산물 직거래, 모바일 식권 등 특정 수요층을 겨냥한 업체들이 포진돼 있다. 각자 영역에서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 '배민찬'은 올해 매출 660억원을 올릴 것으로 점쳐진다. 전년 180억원 대비 4배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맞수 마켓컬리도 같은 기간 2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매출 신장을 이뤄낼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신선식품 업계에도 매출 600억원 기업이 두 곳이나 탄생한다. 그동안 마켓컬리는 224억원, 배민찬은 115억원의 누적 투자를 끌어내며 주목받아왔다.
◇인공지능 기반 2세대 푸드테크 성큼
1세대 푸드테크는 동네 배달음식 전단을 앱으로 대체하며 승승장구했다. 배달의민족이 선봉장을 맡았다. 1세대 사업을 뜯어보면 음식을 누가 더 빠르게 전달하는가 하는 싸움으로 귀결됐다. 마케팅 역량이 승부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세대로 넘어가면 양상이 달라진다. 소비자 편익 향상에 초점을 맞춘 기술력이 필살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케팅 전쟁이 기술 경쟁으로 옮겨가는 셈이다. 앞선 기술만 있다면 후발 주자에게도 기회가 열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영역별 선두권 업체들은 격차를 오히려 더 벌릴 방침이다. 우아한형제들은 AI 시장에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3월 자체적으로 AI 서비스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배민데이빗'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바로고도 이륜차 전용 내비게이션을 내놓겠다고 벼르고 있다. 라이더 중심 배달 시장에 초보 기사, 일반인 참가를 유도하기 위한 포석이다. 한국형 우버를 지향하고 있다. 현재 라이더 이동 동선 최소화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스타트업 푸드테크는 배달용 판매시점(POS) 관리 솔루션 시장을 집어삼킬 기세다. POS에는 배달 앱, 배달 대행업체 프로그램을 연동, 번거로운 주문·결제 과정을 단순화했다. 우아한형제들, 네이버 등과 협업해 미래형 POS 생태계를 넓힐 계획이다.
<표>푸드테크 국내 주요 업체 현황
(자료=더벤처스)
◇배달 시장 규모
(자료=배달의민족 실적보고서)
◇외식산업 시장 규모
(자료=농림축산식품부)
◇온라인 푸드 커머스 시장 규모
(자료=통계청)
◇배민찬·마켓컬리 매출 추정
(자료=업계 분석 취합)
◇온라인 커머스 시장 중 푸드 분야 점유율
(자료=통계청)
◇국내 외식 점포 규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