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가 표준체계의 새판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다. 분산된 표준시스템을 일원화하고 표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투자를 확대하는 등 표준 분야 혁신이 요구된다.
22일 서울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국제표준포럼'에서 존 월터 국제표준화기구(ISO) 차기회장은 “표준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도구”라면서 “표준화를 통해 사람 중심으로 기술혁신과 융합을 추진하는 새로운 표준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럼은 4차 산업혁명 시대 표준의 역할과 각국 동향을 살피기 위해 처음 마련됐다. 김태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주최하고 국가기술표준원과 한국표준협회가 공동 주관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해 유동수, 박광온 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국표원은 포럼에서 발굴한 정책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등 유망 신산업의 표준화 로드맵 수립과 국제표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월터 회장은 “표준화의 가치, 필요성을 이해하고 인식을 바꿔야 한다”면서 “지적 재산, 사이버 보안 등 신산업 전 분야에서 새로운 표준체계를 만드는 것이 표준 개발의 미래”라고 설명했다.
스마트시티 구축과 관련해서도 조언했다. 문재인 정부는 핵심 국정과제인 '혁신성장'의 세부 사업으로 스마트시티를 전면에 내세웠다.
월터 회장은 “스마트시티는 도시가 나아갈 방향”이라면서 “스마트시티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 시스템과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플랫폼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표준 수립이 그 출발”이라면서 “한국은 정부와 산업계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표준 수립에 참여하는 협업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프란스 브리즈빅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사무총장은 스마트시티 같은 융복합 표준화를 위해 '시스템 표준화 거버넌스'를 도입한 자국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센서 네트워크, 빅데이터, 엣지 컴퓨팅 등이 통합돼 높은 효율성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표준을 활용하면 별도의 통합 노력 없이도 연결성과 상호운용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표준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레인홀트 피클러 독일 인더스트리 4.0 표준화위원회 이사는 “독일은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6개 민간단체가 공동 협력해 '인더스트리 4.0 표준화위원회'를 신설하고 국제표준화를 주도한다”고 전했다.
피클러 이사는 “산〃학〃연〃관 표준화 협력을 수행하고, 중소·중견기업 지원방안을 제시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면서 “이미 제정한 표준 간의 연계도 고민할 문제”라고 조언했다.
후미가츠 사토 일본 경제산업성 표준화위원회 국장은 “일본 정부는 초연결 산업의 대표 사례인 스마트제조 시스템에 주목했다”면서 “R&D, 국제표준 활동 참여, 중소기업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중”이라고 소개했다.
우리 정부는 표준화 활동 지원 계획을 소개했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초연결을 위해서는 기술 측면에서 상호운용성 확보와 사회 측면에서 혁신에 대한 공동체 합의인 표준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한국 정부는 민간 중심의 표준화 활동 지원을 위해 과감한 규제 개선, 표준연계 연구개발(R&D) 집중지원, 민관 협력 표준화체계 혁신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행사를 공동주관한 정동희 국표원장은 “분권화된 표준화 체계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에 한계가 따른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연결'이 핵심인데 단일 표준 체계가 없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정부가 '스마트시티'의 확산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면서 “에너지, 교통, 수자원, 헬스케어 등 도시기능을 최적화하고 연결하기 위해선 표준 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