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수립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의 난제 중 난제는 부지 확보다. 자칫 첫걸음도 떼지 못하고 벽에 부닥칠 공산이 크다.
정부는 2030년까지 48.7GW에 이르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발전업계는 우리 국토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 정도 부지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재생에너지에 필요한 부지 해석은 기준에 따라 분분하다. 최근에 객관성을 인정받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으로 현재 고리·새울원전본부의 10GW 원전을 대체하려면 부산시와 울산시를 합친 면적의 80%에 이르는 부지가 필요하다. 이는 현 고리·새울원전본부 면적의 약 240배에 이른다.
정부가 예상하는 태양광 발전 규모는 30.8GW다. 산술로 3배의 면적을 확보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 통과는 물론 발전소와의 완충 지대 구축 및 보상 등 엄청난 과정이 남아 있다.
풍력도 대단위 부지가 필요하다. 정부가 목표로 한 16.6GW 설비의 23분의 1 수준인 700~800㎿ 규모 풍력단지를 조성하는 데만 여의도 부지 면적이 필요하다. 그나마 이는 3㎿ 풍력발전기를 촘촘히 구축했을 때 이론상 가능한 설비 기준 수치다. 실제로 700㎿h 발전을 위해서는 이보다 몇 배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 여기에 태양광과 달리 소음·경관 관련 민원이 제기되는 것도 부담이다.
정부는 3020 계획에 부지 관련 대책을 다수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지역 주민 반대, 마구잡이 개발 문제를 피하기 위한 계획입지제도가 대표 사례다.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적합한 부지를 직접 발굴하거나 사업자 요청, 마을 공모 등 방식이 병행될 예정이다. 여기에 태양광 농지의 일시 사용, 농업 진흥 구역의 태양광 설치 확대, 지자체 이격 거리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공기업이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는 지역 주민과의 이익 공유 모델을 만든다.
에너지 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전원 개발 사업에서 부지 확보가 어려운 것은 입지 규제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의 부정 인식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재생에너지가 친환경으로 분류되지만 국민에겐 여전히 '혐오 설비'로 여겨진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익 공유 등 인센티브 제도도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지역 주민들이 지분 투자를 해야 하지만 가계 부채가 큰 상황에서 현실상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정책과 따로 노는 국회와 지방행정도 변수다. 최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는 발전소 주변 지역에 바다를 포함시키는 법안이 발의됐다. 지역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인센티브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이에 국회는 해상풍력발전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엇박자가 일어났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3020(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20%)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한 계획을 추진하는 것 같다”면서 “부지 확보, 발전사업자 원가 반영, 판매사업자의 구입비 증가에 따른 전력 가격 인상 등을 조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