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4차 산업혁명과 인재 양성](https://img.etnews.com/photonews/1711/1017098_20171124133655_152_0001.jpg)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시작으로 내년 2월 말 정시시험 발표까지 대한민국은 입시전쟁터가 된다. 세계 유례없는 학력 사회가 빚어내는 연례행사다.
일찌감치 이 전쟁에서 해방된 필자로서는 수능 후 아이들 진로에 더 관심이 간다. 대학 진학과 졸업 그리고 취직이라는 질서정연한 선형(線形)의 인생행로가 과연 시대에 맞는 것인가.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지만 정말 보람차고 행복한 인생이었을까.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 왔을까.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일본의 17세 고교생이 며칠 전 아사히신문 오피니언란에 기고한 글이 가슴에 와 닿는다.
“나는 대학시험을 위해 하루의 태반을 공부하는데 쓰고 있다. 동시에 세계 정세 기사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그때마다 명문대 진학과 대기업 취직에 치중하는 일본의 상식에 위화감을 갖는다. 전날 지인들과 예를 들어 대학입학시험에 실패한다면 어떻게 할까 하는 얘기를 나누었다. 나는 정보기술(IT)계 전문학교라고 말했다. 주변에선 내가 상식 없는 인간이라고 말하며 반대했다. 그러나 나는 그와 같은 낡은 상식은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진행 와중에 많은 직업이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체돼 가고 있다. 유엔도 네덜란드 정부와 헤이그에 AI·로봇센터를 공동 설치했다. 앞으로 인류에게도 양날의 칼이 될 AI와 로봇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영화와 같은 세계가 현실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명문대와 대기업에 고집하는 일본인의 가치관과 교육 시스템이 세계에 통용할 것인지 심히 의문스럽다. 나는 대학 밖에서도 지금부터 세계에서 통용되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이 글을 읽으며 우리 기성세대가 과거의 잣대로 아이들 미래를 함부로 재단하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이 일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고 있다. 산업혁명은 신기술 보급으로 경제 체제와 사회 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킨다. 지금 시험을 치른 학생은 4차 산업혁명의 앞자락과 끝자락을 보는 세대가 될 것이다. 그러기에 이들에게 기성세대가 4차 산업혁명의 비전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이들이 희망과 자신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 비전은 추측과 예상이 아니라 미래 완료형이어야 한다. 창의력과 기업가(起業家) 정신은 여기에서 싹이 튼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현존하는 직업의 47%가 사라진다는 영국 옥스퍼드대 보고서, 앞으로 5년 동안 선진국과 신흥국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 210만개가 생긴다는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 전망도 있다. 더욱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65%는 현재 없는 직종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앞으로 인구 감소와 빈부 격차 심화, 산업과 고용 구조의 대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이미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다는 징후가 도처에서 포착된다. 이런 변혁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 자본 개발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힘과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이 절실하다.
수능시험 날 우연히 함께 열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2017 미래 유망기술 세미나'에 참여한 20~30대의 많은 청년가 전문가 발표 내용을 열심히 경청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급격한 기술 변화 트렌드를 읽고 삶의 방식을 모색하려는 청년들의 젊은 열기가 확 느껴졌다. 청년들은 국내 최대 규모의 과학기술 행사인 이 세미나에서 소개된 사업화 유망 10대 기술에 큰 관심을 보였다. 웹 기반 빅데이터 수집과 분석 패키지, 스마트의류, 지능형 자동차 레이더 센서, 수리 모델링 소프트웨어(SW), 인공장기와 바이오잉크,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 고령자 돌봄 로봇 같은 기술들이다.
이날 수능과 세미나를 함께 보면서 이제부터 진학 지도가 아니라 진로 지도 시대가 본격 열리면서 교습보다는 학습하는 시대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선생님은 코치가 되고, 학교는 캠프가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 정책에서 탈피해 청년들의 능력과 스킬을 육성하기 위한 '국가 인재 혁신 로드맵'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곽재원 서울대 공대 객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