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냉장고 제품에 부착된 '에너지소비효율등급'. 소비자들이 제품의 전기사용량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이 스티커가 지난 10년 동안 원전 1기의 1년 발전 전력을 절감했다. 소비자 에너지 절약제품 구매문화를 정착시키고 기업들이 더 좋은 제품을 만들도록 해 수많은 고효율 제품들을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주요 가전제품의 에너지소비효율등급 표시제도 10년 운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 총 8700GWh의 전력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191만세대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으로 원자력 발전소 한기의 역할을 한 셈이다. 이산화탄소도 370만톤을 줄였고, 소비자 관점에선 1조1000억원 수준의 전기요금을 절감했다.
에너지공단은 성과분석을 위해 계량화가 가능한 성과학인 방법론을 개발해 냉방기·냉장고·TV·세탁기·밥솥의 5대 가전제품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10년간 냉방기 43%, 냉장고 22%, 세탁기 37%, 드럼세탁기 42%, 밥솥 8%의 에너지효율 향상이 있었다. TV는 5년간 에너지효율이 15% 향상됐다.
에너지소비효율등급 표시제도는 일반적으로 널리 보급되면서 에너지 소비가 많은 제품을 대상으로 효율등급을 1~5등급으로 나눠 표시하는 제도다. 최저소비효율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미달의 제품에 대해서는 생산·판매를 금지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이 표시를 보고 에너지소비효율과 온실가스배출량, 에너지비용 등을 알 수 있다. 지금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해져 제품 구입에 있어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대표 척도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가전 수출 성장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고품질과 친환경 코리아 가전의 이미지를 구축해 에너지절약과 환경보호를 중시하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우위를 갖추는 기반이 됐다. 세계 각국 역시 에너지절약제품 확대를 위한 기준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의 경우는 최저소비효율 기준을 적용해 저효율기기를 퇴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에코디자인 지침도 이에 해당한다. 의무적 라벨표시는 미국의 에너지가이드라벨, EU의 에너지라벨(Energy Label), 호주의 에너지등급라벨(Energy Rating label) 등이 해당된다. 일본의 탑러너제도(Top Runner Program)도 의무적 제도이다. 반대로 에너지절약형 제품에는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미국 환경부(EPA)와 에너지부(DOE)가 공동으로 시행하는 에너지스타 프로그램 등이 해당된다.
표시제도 자체를 개발도상국에 전수한 사례도 있다. 에너지공단은 8월 캄보디아 광산에너지부와 에너지효율등급제도 확대 및 신재생에너지 정책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정책컨설팅, 정부 공무원들의 역량강화 교육 등 지원활동으로 캄보디아에 냉장고 에너지효율제도가 구축되기도 했다.
강남훈 에너지공단 이사장은 “개발도상국들도 점차 에너지효율제품 관련 기준 및 제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캄보디아 사례처럼 한국형 '에너지효율 정책수출'을 통해 우리기업들이 동남아 등 해외시장 진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가전제품 효율제도 운영 성과 요약
자료:한국에너지공단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