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두고 의사-한의사 간 갈등 심화…법안 통과 보류

대한의사협회 제공
대한의사협회 제공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하지 못했다. 한의사와 의사 집단 간 갈등으로 입장차가 줄지 않는 상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3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법안 통과는 다음 회기로 넘겼다. 개정안은 한의사에게 X레이, 초음파 등 일부 진단용 방사성 발생장치 사용권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의사와 의사 간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둔 갈등은 지속됐다.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한의사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로부터 도출된 결과 등을 해석〃적용해 적절하게 진단〃치료할 수 있는 전문적 지식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임상현장에서 진단용 방사선 장치 판독 능력이 부족한 한의사를 안전관리책임자에 포함하는 것은 부적절 하다”고 밝혔다. 양의계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막고자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학이 의료과학기술 발달에 부응하고 질병 진단 정확성과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 한의사에게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X-ray)를 적절하게 사용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한의원에서 관절 질환 등으로 치료 받는 환자들은 다른 병원에서 X선을 찍어 결과를 한의원에 제출한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한의사가 안압측정기 등 의료기기를 사용해 눈 질환을 진료한 것은 의료법 위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의사가 판독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의협은 의료기기들이 양의학 교육과 원칙으로 부여된 '면허권'이므로 의사들만 사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 의료기기는 양방 의사들만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

한의사단체-의사단체-정부 협의체를 구성해 3개월 내 대안을 마련키로 했다. 복지위 법안소위는 한의정협의체를 통해 합의된 의견을 반영할 방침이다. 협의체가 결렬돼 논의가 중단되면 법안을 원안대로 상정해 의결시킨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 이해당사자 등과 해결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광은 의료법 일부개정안 입법관련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경기도 한의사협회장)은 “지난 3~4년 간 의사협회는 한의사들이 X레이 등 진단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시간 끌기를 했다”며 “국민 건강 증진 차원에서 한의사도 시대 흐름에 맞춰 제한적 범위 내에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