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벤처확인제도 민간 이양 방침에 중소벤처기업계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대출과 보증 실적에 근거한 확인 유형을 폐지해 혁신성과 성장성 높은 기업 발굴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민간 확인에 따른 책임성 문제에 대한 정부의 고민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26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일 밝힌 벤처기업 확인제도 개편 방안이 10년여 전으로 단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예고한 민간 주도 방식 벤처확인 제도 개편의 핵심은 기술보증기금과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의한 보증·투자 유형 확인 폐지다. 혁신성·성장성 있는 기업보다는 재무 상태가 좋은 일반 중소기업이 대거 혜택을 보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보증이나 대출 대신 선배 벤처, 벤처캐피털(VC) 등 민간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벤처 확인 방식을 시장 친화형으로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는 이런 정부 방침이 과거 벤처확인 제도 개편 당시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2006년 제도 개편 당시에도 정부 주도의 벤처 확인을 종료하고 기보와 중진공 등 민간 기관에 의한 평가를 확산하기 위한 것이란 논리를 내걸었다”면서 “정책금융기관이 과연 민간 영역에 해당하는지는 검토해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현행 벤처확인 제도를 내놓은 2006년 당시 정부는 벤처평가기관이 벤처확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16개 민간위원회가 수행하는 혁신능력평가 단계를 폐지했다. 당시 정부는 “벤처금융시장을 통해 벤처기업이 선별·검증됨으로써 성숙한 벤처기업 선별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벤처확인 제도는 기보와 중진공으로부터 보증과 대출을 받은 '무늬만 벤처기업'을 대거 양산시켰다.
이번 민간 중심 벤처확인 제도 개선 방안에 정부의 고민이 담겨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정부가 신설을 예고한 신기술 성장 유형 역시 2006년 당시 벤처투자와 기술보증평가 등 과정에서 개별 기업의 혁신 역량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는 이유로 폐지된 기준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진정한 의미에서 혁신성을 평가 받은 기업은 민간으로부터 투자받은 기업”이라면서 “단순히 선배 벤처와 자금 운용 부담이 없는 투자심사역으로 구성된 민간위원회가 과연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제도 개편 과정에서 정책금융기관에 벤처확인 기업의 건전성을 관리할 수 있는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는 “중진공과 기보가 처음 벤처확인에 나설 당시만 해도 기술이 허무맹랑한 기업보다는 정량 평가를 통해 기술을 당장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의 수요가 컸다”면서 “정책금융기관의 보증과 대출이 혁신성이라는 요건에 부합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성장성 측면에서는 분명 보장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도 정부 벤처 확인 제도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벤처기업 문턱을 과감히 높여서 투자받은 기업에 전폭 지원을 하는 동시에 민간 위원에게도 일정 수준의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벤처 친화형 투자 재원을 대폭 늘려서 모든 VC가 자기 책임 아래 벤처 투자에 나서고, 기업가도 함께 책임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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