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비·대기오염↓…코비스 '무시동 난방기' 질주

자동차 공회전은 연료 낭비와 대기 오염을 부추긴다. 서울시는 최근 공회전 허용시간을 5분에서 2분으로 당겼다.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적발되면 최대 5만원 과태료를 물린다. 하지만 법을 알고도 지키기 쉽지 않은 이들이 있다.

지금 당장 길거리에 나가봐도 추위를 녹이기 위해 시동을 걸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가 흔하게 보인다. 시동을 켜야만 히터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오기 때문에 마지못한 고육지책이다. 공회전 제한 취지는 좋지만 택시 기사들 처지도 모른 채 할 수 없는 셈이다.

무시동 난방기.(사진=코비스 제공)
무시동 난방기.(사진=코비스 제공)

코비스(대표 전종복)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시동을 걸지 않고도 차량 난방이 가능한 '무시동 난방기'를 선보였다. 정차 후 98도 넘게 올라간 냉각수를 워터펌프로 순환시켜 차안에 따뜻한 바람을 넣어주는 방식이다. 차량 내부 온도가 25도 이하로 떨어지기 전까지 30분을 버틸 수 있다. 내려간 온도는 금방 복구된다. 5분간만 다시 시동을 걸었다 끄면 이후 30분 동안 23~25도를 유지한다.

현재 용인시, 한국남동발전과 무시동 난방기의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용인 시내 개인택시 45대에 설치했다. 내년 1월까지 품질, 안전성을 점검한다. 코비스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무시동 난방기 전국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탄소배출권 등록 절차도 밟고 있다. 무시동 난방기를 사용해 줄인 이산화탄소만큼 탄소배출권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코비스가 계산한 이산화탄소 저감량을 환경부가 어디까지 인정해주느냐가 관건이다. 이르면 내년 1월 정식 등록된다.

성능 검증은 이미 마쳤다. 서울시에 따르면 택시 1대가 하루 운행시간 중 손님을 기다리며 정차하는 시간은 평균 4시간 이상이다. 여름에는 냉방, 겨울에는 난방을 위해 시동을 켠 채 공회전을 한다. 이때 무시동 난방기를 돌리면 한 달에 이산화탄소 187.76㎏과 연료 206.4리터를 줄일 수 있다. LPG 가격을 리터당 1000원으로 치면 택시 한 대당 매달 16만원씩 유류비가 절약된다.

지난해 기준 국내 등록 택시 규모는 24만7609대다. 이 중 30%가 무시동 난방기를 장착할 경우 6개월 동안 연료비 716억원이 절감된다.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는 5만8582톤이다.

전종복 코비스 대표(왼쪽)가 무시동 난방기 장착 택시 기사와 기념촬영 했다.(사진=코비스 제공)
전종복 코비스 대표(왼쪽)가 무시동 난방기 장착 택시 기사와 기념촬영 했다.(사진=코비스 제공)

코비스는 2013년 말 자동차부품 제조사 신성오토텍과 함께 개발을 시작했다. 버려지는 냉각수 열을 재활용한 세계 유일 제품이다. 성능 고도화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접목에 속도를 낸다.

운전석 앞에 중앙처리장치(CPU) 역할을 하는 단말기를 넣었다. 단말기는 무시동 난방기 가동 시간을 측정한다. 이를 통해 탄소배출권 교환 근거 자료를 만든다. 배터리 방전에 대한 걱정도 덜어준다. 방전이 의심되면 경고음이 울리도록 설계했다. 알림 후 1분이 지나면 무시동 난방기 전원이 자동 차단된다.

전종복 코비스 대표는 “4년 넘게 테스트를 거치면서 유류비 절감,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검증됐다”며 “용인시 시범사업과 탄소배출권 등록 절차가 마무리되면 전국 지자체는 물론 중국에도 진출할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택시에 이어 배송차량, 경찰차 등으로 수요처를 넓히겠다”고 덧붙였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