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원화 절상률 수출 호조 찬물 끼얹을라...절상 속도 조절 필요해

빠른 원화 절상(환율 하락)으로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화 절상이 수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줄었으나 일본 원화, 중국 위안화 대비 가파른 절상은 운송장비, 전기전자, 기계장비 등 주력산업의 영업이익을 감소시킬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7일 '최근 원화 절상의 우리 수출에 대한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한국 환율 시장이 지난 9월말부터 절상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 절상률은 10.9%다. 이는 일본 엔화(5.9%), 중국 위안화(5.8%)에 약 2배 가까운 통화가치 상승세다. 실제 올초 달러 당 1203.45원을 기록했던 원화는 23일 1085.57원으로 떨어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도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1080원대 중반에서 등락이 이어지고 있다.

무역업계는 최근 한국 원화의 가파른 절상이 최근 수출 강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제품의 브랜드가치와 품질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환율 변동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 대비 줄었지만 여타 국가 대비 가파른 원화 절상률은 가격 경쟁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은 원화 절상 기간 중 과거보다 더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원화 절상에 따른 수입 원자재 구매비용 감소는 영업이익률은 2.5%P 상승시킨 반면 매출 감소는 영업이익률은 3.8%P 감소시킨 것으로 집계됐다. 원화 절상에 따른 수입 자재 가격 및 매출원가 하락으로 인한 영업이익 증가보다 원화 환산 매출 감소가 더 크다는 의미다.

수출 비중이 높고 원자재 투입 비중이 낮은 운송장비(-4.0%), 전기전자(-3.0%), 기계장비(-2.8%) 등이 영업이익 측면에서 큰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과 가격 경쟁 중인 자동차, 가전 업종은 원화 절상에 따른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업종이다.

반면 원자재 투입 비중이 높은 석유·석탄, 목재·종이, 음식료품 등에서 환율 강세로 인한 영업이익 증가가 발생했다.

이날 무역협회로 열린 '2018년 무역 동향 및 환율전망'에서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금과 같은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윤찬호 삼성선물 외환전략팀장은 “최근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견조한 가운데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금리인상 여력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고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달러화 약세가 예상된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현재의 환율 하락추세가 이어지고 그 이후에는 미국과 글로벌 경기가 환율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당 환율도 1060∼1115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수출 기업들은 최근 수출 기업이 강한 회복세를 보이며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원화 강세는 수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무역연구원 관계자는 “원화가치 상승은 속도가 중요하므로 절상 속도가 과도하게 빨라지면 정책 차원의 일시·부분적 개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료: 한국은행 산업연관표, 국제무역연구원
자료: 한국은행 산업연관표, 국제무역연구원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