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지역 응급환자 '미니로봇'이 챙긴다…원격 초음파진단시스템 개발

도서, 산간 같은 소외 지역에서 원격으로 초음파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단순 화상 문진 수준을 넘어 전문의가 직접 기기를 조작해 정밀 진단한다.

서준호 한국기계연구원 의료기계연구실 박사팀은 원격 의료영상 진단 로봇 시스템 'RADIUS(Robot-Assisted Diagnostic Imaging for UltraSound)'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손으로 말 수 있을 만큼 가볍고 작지만, 의사의 동작을 그대로 재현한다. 이 같은 성능, 제원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서준호 기계연 선임연구원(오른쪽)이 의료영상 진단 로봇 시스템 'RADIUS'를 시연하고 있다.(사진=과기정통부)
서준호 기계연 선임연구원(오른쪽)이 의료영상 진단 로봇 시스템 'RADIUS'를 시연하고 있다.(사진=과기정통부)

시스템은 영상전문의가 사용하는 '마스터 로봇'과 환자 몸 위에서 동작하는 '슬레이브 로봇', 두 로봇 간 데이터와 영상을 전송하는 코덱으로 구성된다. 전문의가 마스터 로봇을 조작하면 슬레이브 로봇이 동작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초음파 영상을 얻는다. 영상은 의료진에게 실시간 전송된다.

시스템을 활용하면 도심 지역 영상전문의가 멀리 떨어져 있는 도서, 산간 지역의 환자를 진단할 수 있다. 인터넷망만 연결하면 사용 가능하다. 연구팀은 울릉보건의료원, 서울삼성병원, 욱성미디어 등과 협업해 전용 통신 플랫폼을 개발했다. 원격 초음파 영상 진단 시험에 성공했다.

손경식 울릉보건의료원장은 “초음파는 현대 진료의 청진기라고 할 만큼 안전하고 유용한 진료도구”라면서 “복부나 간, 담낭, 자궁, 근육까지 다양한 부위의 질환을 사전 진단하기 때문에 의료 소외 지역 환자 치료에 도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핵심은 로봇의 동작 성능과 제원이다. 의사가 손에 쥐고 진단하는 '프로브'가 360도 회전할 수 있도록 골격 중간에 관절을 추가했다. 두 로봇의 동작 속도는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실시간에 가깝다.

환자 몸 위에 직접 올리는 슬레이브 로봇 무게는 1.5㎏에 불과하다. 사람이 자유롭게 들고다닐 수 있는 무게와 크기를 갖췄다. 시중에 나온 해외 제품은 무게가 3.5㎏이고 거치대도 필요하다. 동작 방향도 4방향으로 한정됐다.

연구팀이 의료영상 진단 로봇 시스템 'RADIUS'를 시험하고 있다.(사진=기계연)
연구팀이 의료영상 진단 로봇 시스템 'RADIUS'를 시험하고 있다.(사진=기계연)

연구팀은 RADIUS 시스템이 공간을 초월한 전문 원격진료 서비스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했다. 소외 지역 보건소와 도심 지역 전문의료기관이 시스템을 활용해 환자를 진단할 수 있다. 의료진 간 원격진료는 현행법에서도 허용된다.

연구팀은 유선망 기반인 현 시스템을 모바일 무선망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개선할 계획이다. 슬레이브 로봇과 환자 간 접촉 힘을 의료진이 실제로 느낄 수 있는 '햅틱' 기술도 추가한다. 상용화까지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술을 초음파 검사가 아닌 다른 검사에도 응용한다.

서준호 박사는 “의료 양극화를 해소하고, 고령화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의료 기술”이라면서 “국민이 건강을 지키고 환자가 편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따뜻한 기계기술이 확산되도록 후속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