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호무역주의 타개를 위해 미국 행정부 및 의회 핵심 인사를 우군으로 만드는 '아웃리치' 전략이 시급하다.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현지 관계자를 통해 세이프가드 반대 입장을 지속 개진할 필요가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주지사가 국내 업체를 옹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두 지역은 삼성·LG 공장 건설 예정 지역이다.
헨리 맥마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해당 지역 태생으로, 1993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위원장으로 시작해 법무상·부지사를 거쳐 올해 주지사로 임명됐다. 오랜 기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이익을 대변해 온 만큼 자신의 지역에 공장을 설립하려는 삼성전자에 호의일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점도 긍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맥마스터 주지사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활동하며 선거 활동을 위한 기금 모금에도 참여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맥마스터를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사랑하는 멋진 사람”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런 친분을 바탕으로 맥마스터 주지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이프가드 반대 입장을 계속 피력한다면 규제 수준을 낮출 가능성도 있다.
이에 앞서 맥마스터 주지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주관 세탁기 '세이프가드' 공청회에서 “뉴베리 카운티에 공장을 지어 2년 내 일자리 1000여개를 만들 예정인 삼성전자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지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밥 롤프 테네시주 주정부 상공부장관도 LG전자의 편에 섰다. 롤프 장관은 “테네시주에 짓고 있는 세탁기 공장이 미국 세탁기 산업의 기반을 더 강화하기 때문에 LG전자도 미국 내 생산자로 봐야 한다”면서 “세이프가드 조치는 불필요하다”고 단어하기까지 했다.
아웃리치 전략은 ITC의 세탁기 수입 쿼터제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ITC는 최대 50% 관세를 부과하는 기준 물량을 120만대로 책정했다. 이는 국내 업체가 주장한 145만대 기준에 근접한 수치다. 세이프가드 조치를 청원한 월풀은 당초 전체 물량에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LG 부품 공장이 있는 베트남, 대만, 인도네시아와도 공조할 필요가 있다. 이에 앞서 해당 정부 관계자들도 공청회에서 세이프가드 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LG 세탁기의 수입이 제한될 경우 부품 공장도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이프가드 시행을 결정하면 국제 규범 위반 여부를 확인한 후 베트남 등 이해 관계국과 공조, WTO 제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