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자동차·충전기 분야 전반의 국가 산업 표준 정비에 나섰다. 제품 안전성과 시장성 확대는 물론 제조·기술 등 국가 차원의 산업 전반에 걸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금까지 충전기 관련 안전 시험 규격 등은 있었지만 관련 산업 전반에 걸친 표준화 작업은 이번이 첫 시도다. 세계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시장을 주도할 한국형 기술 표준이 마련될 지 주목된다.
29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최근 관련 산업계와 대학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전기차 모듈화를 위한 표준화 전문위원회'를 발족했다.
전기차 표준화 전문위원회는 △배터리(이차전지) △모터·인버터 △충전시스템 △플랫폼(클러스터·감속기) △공조(냉·난방) 등 5개 분과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됐다.
전기차 안전 규격 강화와 부품별 에너지고효율·고성능 부품장치,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등 후방산업 창출까지 고려했다는 평가다.
표준화 전문위원회 발족 배경에는 최근 검증 안 된 중국산 충전기 파워 모듈 등 고압 충전기 안전 및 고장 이슈가 산업계와 고객 불만이 제기되면서다. 또 우리나라만 세계 유일하게 충전 규격을 세 가지(콤보1·차데모·교류3상) 쓰는 가운데 정부가 '콤보(TYPE1)'로 단일화했지만 적용 시기를 정하지 않아 설비비 인상 및 고객 불편함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전기차 폐배터리 재사용을 위한 안전 및 규격 표준이나 초소형 전기차, 이·삼륜전기차 제작 등에 필요한 제작 표준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전기차 전비 향상을 파워트레인이나 공조 등 이전보다 고도화된 부품 표준화도 필요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국표원은 이 같은 산업계 전반의 요구를 수용,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5개 분과 표준화 전문위원회를 발족했다.
국표원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제품 안전은 물론 기술 제조 등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전문가위원회를 발족했다”면서 “올해 말까지 전기차 관련 산업 표준화 계획을 수립, 순차로 신규 발굴 및 재정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산업계도 반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초기인 탓에 충전 규격(출력·포트 등)이나 폐배터리 재사용 등에 국제 산업계가 공감하는 유력 표준이 현재까지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분야 제조 부품 기술 표준이 없는 게 많은 상황에서 정부가 나선 건 반가운 일”이라면서 “안전성·시장성뿐만 아니라 산업 보호나 미래차 기술 선점까지 고려한 현장·산업계 중심의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