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 컴비네이션 램프(RCL)'는 자동차 뒤편에 적용된 램프를 총칭한다. 적·백·황색 점등·점멸 등화신호를 만들어 차량 위치와 정지 상태, 시동 상태, 차선 변경 등을 나타낸다.
RCL은 차폭등, 정지등, 방향지시등, 후진등이 일체식으로 구성된 것이 일반적이다. 광원·렌즈·반사경 등 각종 광학계가 베젤(Bezel)에 장착된다. 별도 제어장치가 자동차의 운행상태와 운전자 의지에 따라 등화신호를 통제한다. 국가별 규격이나 디자인에 따라 안개등이 추가되기도 한다.
RCL은 차체에 장착되는 형태와 광원 종류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 옆면에서 트렁크 판넬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여러 피스로 나뉘는 형태가 많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 '그랜저IG' 특징적인 컴비네이션 램프를 들 수 있다. 특히 좌우 후미등이 완전히 연결되는 형태를 위해 별도의 점등되는 가니쉬(장식물)를 적용한 것이다.
그간 RCL 광원은 할로겐 광원이 주류를 이뤄왔다. 최근에는 연비 효율이 할로겐 대비 5배 이상 높고 ON/OFF 동작이 빠른 LED 광원이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가 100kph로 달릴 때, 앞 차의 정지 신호가 0.1초만 빨라도 27m의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만큼 램프의 점등속도는 안전에 중요하다.
RCL은 차량 스타일링에도 빠질 수 없는 요소다. 특히 켜져있을때나 꺼져있을 때에도 '보석감'과 '입체감' 등 고급스러운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디자인 트렌드다. 내부는 발광 면적과 광원의 밝기, 빛의 입사각과 반사각, 굴절도 등이 치밀하게 계산된 일종의 '거울 미로'다. 반사체(Reflector), 라이트 가이드(Light guide), 빛 커튼(Light curtain)과 반사면의 질감 패턴 등 다양한 장치가 사용된다. 현대모비스는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사파이어 컷(cut) 등 보석 가공 기법을 적용한 광학 설계 기술을 특허로 내기도 했다.
RCL은 기술의 발전으로 한층 파격적인 디자인을 구현할 전망이다. 디자인 자유도가 높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3D 착시효과를 이용한 입체적 점등 이미지 등 다양한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OLED를 활용한 리어콤비네이션 램프를 개발한 바 있다. 면 발광 상태에서 빛을 추출하는 통로를 배치해 에너지 소비량 대비 밝기는 높이면서 면적당 소비전력을 경쟁제품 대비 38% 수준으로 구현했다.
김정영 현대모비스 램프선행설계팀 책임연구원은 “보행자 등이 차량을 정 측면에서 바라보는 상황에서도 정지등이 켜져있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며 “일반인들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자동차 뒤편에서 옆면으로 빛을 굴절하는 설계가 숨어있다”고 전했다.
다만 RCL은 디자인을 개성있게 하더라도 엄격한 램프법규를 충족해야 한다. 정지등과 차폭등이 동시에 점등되는 경우 '상하 ±5˚, 좌우 ±10˚ 범위에서 '정지등+차폭등' 대 '차폭등' 밝기 비율이 5:1 이상을 만족시킬 것'과 같은 형식이다. 이와 같은 규격은 가시각도, 최소밝기, 등화 중심점의 위치와 등화간 광량의 비율, 점등 색상에서 배광 측정 지점까지 상세하게 제정돼있다.
자동차안전기준(한국), ECE규격(유럽), 연방정부자동차안전기준(미국) 등 지역마다 통용되는 램프규격은 교통문화와 자연환경 등에 따라 상이하다. 후진등을 예로 들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백색과 황색 혼용을 허용하는 반면 유럽과 미국은 백색만 인정한다. 미국에서는 방향지시등을 적색으로 적용해도 무관하다. 유럽에서는 안개등을 의무 장착해야 한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