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0대 대기업 총수일가는 지분율을 계속 줄이면서도 그룹 지배력은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총수는 0.9%, 총수일가는 2.5% 밖에 지분을 갖고 있지 않지만 계열사 지분율을 늘려 그룹 전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 지정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상위 10개 집단의 총수 지분율(집단 전체에서 총수가 보유한 지분의 비율)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0.9%를 기록했다. 총수가 1%도 안 되는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상위 10개 집단의 총수일가(총수와 총수 친족을 포함) 지분율은 줄어들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율은 2013년 3.0%에서 2014년 2.8%, 2015년 2.7%, 2016년 2.6%, 2017년 2.5%로 계속 감소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지분율은 2014년 이후 1% 미만으로 줄어 지속 감소 추세를 보였다”며 “총수일가 지분율은 2000년대 중반까지 증가 추세였지만 2007년 이후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0대 대기업 총수일가 지분율은 낮아지고 있지만 내부지분율은 확대돼 그룹 지배력은 오히려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지분율은 계열사 전체 자본금 중 총수와 총수 관련자(친족, 임원, 계열사, 비영리법인 등)가 보유한 주식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총수일가의 그룹에 대한 실질 지배력을 보여준다.
10대 대기업 내부지분율은 2013년 52.9%에서 지속 상승해 2017년 58.3%를 기록했다. 총수일가 지분율은 줄었지만 계열사 지분율(집단 전체에서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의 비율)이 늘었기 때문이다. 10대 대기업의 계열사 지분율은 2013년 49.6%에서 올해 55.5%까지 높아졌다.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49개 집단을 봤을 때도 10대 대기업과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49개 집단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감소 추세(2013년 4.4%→2017년 4.1%)인 반면 계열사 지분율은 증가 추세(2013년 48.1%→2017년 50.9%)를 보였다. 이에 따라 이들의 내부지분율도 증가 추세(2013년 54.8%→2017년 58.0%)가 나타났다.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전체의 내부지분율은 58.9%로 전년(65개 집단, 29.9%) 보다 29.0%P 급증했다. 다만 이는 지난해 9월 시행령 개정으로 내부지분율이 낮은 공기업집단(12개)이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집단별로 총수일가 지분율이 낮은 곳은 SK·금호아시아나(0.3%), 현대중공업·하림(0.9%), 삼성(1.0%) 순이었다. 반대로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집단은 중흥건설(51.4%), 한국타이어(41.2%), KCC(28.3%), 동부(28.0%), 부영(25.1%)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4년 신규 순환출자 금지제도 시행 후 순환출자 수와 순환출자를 보유한 대기업집단 수는 계속 감소했지만 올해 급증했다. 순환출자 수는 작년 94개에서 올해 245개, 순환출자 보유 집단 수는 작년 8개에서 10개로 늘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기존 순환출자 보유 집단의 순환출자 해소가 전혀 없는 가운데 순환출자고리 148개를 보유한 SM이 새롭게 지정된 결과”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