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12일, 계기지진 관측사상 최대 규모인 규모 5.8의 지진이 경주시 내남면 화곡저수지 인근을 진앙으로 발생했다. 경주시 반동마을과 울주군 외와마을을 중심으로 가옥의 파괴 등 많은 지진피해가 보고됐다. 피해는 진앙지를 중심으로 반경 약 15km 이내의 지역에 집중됐다. 특히 지반이 약한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피해가 보고됐다.
9.12지진에 대한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인 2017년 11월 15일 포항시 흥해읍 인근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다시 발생했다. 이 지진은 발생심도가 낮고 지반이 약할 뿐만 아니라 S파가 강했던 지진파의 특성상 그 피해는 더 심각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액상화 현상까지 보고돼 많은 국민들이 지진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지진 발생이후 지질학계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과연 이 지진을 발생시킨 단층이 어떤 단층이냐'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큰 지진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활성단층(active fault)에서 발생하는데, 큰 규모의 지진일수록 큰 길이(length)와 변위(displacement)를 갖는 단층이 운동했을 때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작은 규모의 지진은 새로운 단층이 형성되면서 만들어질 수 있지만 큰 지진은 새로운 단층이 생성되어 발생한 것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큰 규모의 지진은 관련된 활성단층이 있고, 이를 알아내는 것은 현재의 지진활동뿐만 아니라 미래의 지진활동을 예측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활성단층에 대한 정의가 각자 다른 이유
활성단층에 대한 개념적 정의는 '최근의 지질시대에 활동을 했고, 가까운 미래에 다시 활동할 수 있는 단층'이다. 문제는 여기서 '최근'이라는 말과 '미래에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정의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때문에 국가와 학자들에 따라 활성단층에 대한 정의가 약간씩 다른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살아있는 단층'이 활성단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살아있다'는 것의 여부를 지질학자들이 판단하고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단층이 한 번 발생하고 다시 발생하는 주기가 매우 길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지체구조적 환경과 단층의 조건에 따라 재발주기 및 활성도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단층은 판의 내부에 존재해 재발주기 자체가 매우 불규칙하면서도 수천 년에서 수만 년까지 매우 길어 활성여부 판단이 어렵다. 판의 경계를 따라 발달하는 단층에서는 수십 년이나 수백 년을 주기로 비교적 규칙적으로 지진이 발생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때로는 백만 년 이상 활동을 하지 않았던 단층이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활성가능단층이라는 개념을 사용, 일반적으로 제4기 지질시대(현재로부터 약 258만년 이내)에 활동을 했던 단층을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는 단층으로 고려하여 조사를 진행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활성단층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활성단층 조사와 판단
그럼 활성단층은 어떻게 조사하고 판단하는 것일까? 단층은 지각이 깨진 부분이라 암석이 주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지표에서는 보통 선상 또는 대상으로 계곡과 같은 저지형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먼저 위성사진,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 항공사진 등을 이용해 이러한 지형적 특징을 보이거나 최근 지질시대에 만들어진 지형들이 변위된 것이 있는 지를 확인한다. 특히 LiDAR는 기술적으로 나무와 같은 식생이나 건물까지도 제거해 지표지형을 그대로 관찰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활성단층 연구에 매우 유용하다.
이렇게 선형구조를 도출하면 조사대상 선형구조가 정말 단층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야외조사를 실시하고, 단층 여부 및 단층의 특성을 조사한다. 다음은 이 단층의 활동이력과 시기를 파악해 이 단층이 최근에 언제, 어떻게 활동을 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 트렌치라는 굴착조사를 통해 단층의 최근 활동이력, 활동시기, 재발주기 그리고 변위량 등 과거 지진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는데 이를 고지진학(paleoseismology)이라 한다. 이러한 정보는 트렌치의 위치나 상황에 따라 다르고 항상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많은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다.
◇양산단층은 과연 활성일까?
자, 그럼 현재 경주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고 이전에도 많은 지진을 발생시켰을 것으로 판단되는 양산단층은 과연 활성일까?
양산단층은 부산의 낙동강에서 경주를 지나 영덕이나 울진까지 이어지는 170~200km 연장의 주향이동 특성이 강한 우리나라 최대의 신기단층이다. 에오세(지금으로부터 5,580만년 전부터 3,390만년 전까지의 지질시대) 이후 우수향 주향이동운동을 주로 해왔으며, 경상분지 내의 암상대비를 통해 우수향의 최종변위는 단층의 북부에서는 35km, 남부에서는 약 25km를 보인다고 보고됐다.
양산단층대의 제4기 단층활동에 대해서는 지형적인 분석과 트렌치조사, 지질조사를 통해 제4기 후기의 단층운동도 보고된 바 있다. 이 단층의 활성여부는 복잡하고 오랜 논쟁이 되어 온 학술적 문제라 바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그러나 9.12 경주지진뿐만 아니라 역사지진기록에서의 지진활동, 그리고 현재까지 발견된 우리나라의 소규모 활성단층들이 양산단층과 울산단층 주변에서 많이 발견된다는 사실로 '이 2개의 단층이 최근 지질시대에 활동을 했다'는 해석은 가능하다. 물론 이번 9.12지진을 발생시킨 단층의 주향이 양산단층과 다르다는 이유로 양산단층이 아니라 다른 알려지지 않은 단층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단층은 여러 분절단층이 진화하면서 연결돼 일부 구간은 방향이 변하기도 한다. 양산단층대라는 좀 더 넓은 의미로 본다면 큰 이의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활성단층도와 관련 전문가가 절실한 까닭
아쉽게도 현재까지 보고된 우리나라의 활성단층은 주로 한 점단위의 위치에서만 보고된 단층들이라 이들의 연장성이 제대로 파악되고 추적된 것이 거의 없다. 현재 수행하고 있는 '국가활성단층지도제작' 사업에서는 이러한 점단위의 활성단층들을 선으로 연결해 연장성을 파악하고 활성도의 특성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활성단층도가 만들어지면 활성단층이 존재하는 곳이나 가까운 곳에 원자력시설과 같은 시설이 설치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내진설계를 하도록 규정할 수 있다. 또 피해가 우려되는 기존 구조물에 내진보강을 실시할 수 있다. 활성단층 정보를 담은 지도는 지진의 분포와 지반의 조건에 대한 정보와 함께 지진재해도를 만들어내는데 매우 중요한 기초자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단층연구에서는 단층의 형태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 단층의 활성도를 판단하는 것도 우리나라와 같이 단층활동도가 낮은 곳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상당한 기간과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능력 있는 전문가가 절실하다.
글: 김영석 부경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대한지질학회 구조지질분과위원장, 국가활성단층지도제작 총괄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