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분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업체와의 협력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중국 정부가 친환경차 시장 규제를 강화하면서 자국 시장에서 글로벌 업체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이를 발판으로 국제 무대로 진출하려는 의도에서다. 전통 자동차 산업에선 뒤졌지만, 전기차 등 친환경차만큼은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일 전자신문 주최로 서울 쉐라톤 디큐브시티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7 국제 미래자동차 포럼' 부대행사로 '중국 자동차 산업 동향 및 시장 전망' 토론회가 열렸다.
중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 1·2위 제일기차·둥펑자동차와 스웨덴 볼보를 인수한 지리자동차 연구소 기술임원, 중국 국제자동차경량화·녹색기술연맹(IALTA) 이사장 등이 패널로 참여에 전기차 시장 발전 가능성과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토론회에서 현지 유력 자동차 업체들은 한국 자동차 산업과의 기술 협력을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
티엔 홍푸 제일기차 이사는 “중국은 3년째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이고, 2020년엔 내수 자동차시장의 7%, 2025년 15%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면서도 “중국 시장은 크지만, 강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을 ?아야 하고, 그래서 한국 산업계와 협력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친환경차 시장 확대를 위해 보조금 지원은 점차 줄이면서, 전기차 성능 기준 강화나 의무판매제 등 시장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최대 40%까지 지원했던 전기차 보조금을 올해부터 20%씩 단계적으로 줄이고, 2020년 이후부터는 보조금 지원을 전면 중단한다. 또 2019년까지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자국 내 친환경차 생산량(수입차 포함)이 전체 자동차 생산의 10%, 2020년까지 12%를 넘어야 하는 마일리지제도를 도입한다. 2021년부터는 보다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연간 생산량 3만대 이상되는 자동차 제조사는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다른 제조사로부터 마일리지를 구매해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 여기에 전기차 한번 충전에 350㎞ 이상을 주행해야만 자격 기준을 부여하는 등 기술 고도화를 부추기는 실정이다.
저우샹롱 지리차 구매담당 이사는 “정부 보조금 의존도가 줄었다는 건 그만큼 자생적 시장 가치가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이기도 하다”면서 “가장 큰 걸림돌이 배터리 기술이고, 경량화 기술”이라고 말했다.
중국 업계는 기존 리튬계 배터리뿐 아니라 차세대 전지, 모터 등 파워트레인, 설계기술, 소재 등 경량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추 동닝 둥펑차 기술센터 수석엔지니어는 “중국 전기차 시장과 산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배터리로, 한국 배터리 우수성은 이미 알고 있다”면서 “리튬계 전지뿐 아니라 액·고체, 메틸알콜, 수소연료전지 등 업체와 협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전했다. 자국 시장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에서 함께할 배터리 등 부품 기업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앨버트 인 국제자동차경량화·녹색기술연맹(IALTA) 이사장은 “연맹은 제일기차, 둥펑기차, 상하이차 등 완성차 업체를 주축으로 부품업체를 포함해 약 180여사 참여한 자동차산업 신흥 대표 단체”라면서 “양측 모두가 이익을 도모하는 수준에서 협력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