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항공MRO·수리온·APT' 삼박자로 부활 의지 불태우는 KAI 사천 공장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1월까지 너무 힘들었지만, 12월부터는 부활할 것이다. 정부가 이르면 12월 중순 항공정비(MRO) 사업자 선정을 완료한다. 수리온은 지난달 24일부터 육군에 납품을 재개해, 2주 간격으로 납품한다. 내년 미국 공군 차세대 고등훈련기(APT·Advanced Pilot Training) 교체 사업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지난 1일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지난 1일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조원 KAI 사장은 자신에 찬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10월 26일 취임 당시 '방산비리'로 얼룩졌던 KAI를 재정비하고, 새출발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도 역력했다. 김 사장은 현재 일주일 중 4일을 사천에서 근무하며 현장을 살피고,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지난 1일 경남 사천시에 위치한 KAI 본사를 찾았다. KAI 본사는 약 105만㎡(32만평) 부지에 조립동, 항공기동, 부품동, 격납고, 통합개발센터 등을 보유했다. 특히 KAI가 제작하는 모든 항공기와 헬기를 제작하는 항공기동은 축구장 3.3배에 달하는 3만6363㎡(1만1000평) 규모를 자랑했다.

KAI 수리온 제작현장 (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
KAI 수리온 제작현장 (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

항공기동에는 지난달 육군 납품을 재개한 수리온 제작이 한창이었다.

수리온은 '체계결빙' 문제가 불거지면서 생산이 중단됐지만, 지난달 17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가 납품 재개를 결정했다. 지금까지 5대를 납품했고, 연말까지 총 10대 공급을 완료할 계획이다. 수리온은 모든 제작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총 9개 스테이션을 거치고, 4개월이 소요된다.

김 사장은 “수리온은 체계결빙 문제가 있었지만, 현재 영하 30도 이하에서 30분 이상 비행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면서 “수리온은 지난주부터 육군에 납품을 시작했고, 내년에도 약 38대를 육군, 경찰청, 산림청 등 7~8개 국가 기관에 납품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상남도 사천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항공기 제작 공장 (제공=KAI)
경상남도 사천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항공기 제작 공장 (제공=KAI)

KAI는 '항공 MRO(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 및 수리·정비)' 사업 준비도 한창이었다. 이달 중순 항공 MRO 사업자로 선정되면 용당지구 31만㎡(약 9만4000평) 부지에 MRO 산업단지를 조성한다. 해당 부지는 사천시와 진주시에 걸쳐있는 '항공산업 국가산업단지'와 7㎞ 이내에 인접해 있어, 향후 기체·엔진·보기 정비 사업을 위한 배후기지가 될 수 있다. 부품단지, 협력업체, 연구단지, 주거 및 상업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김 사장은 “MRO 사업은 외국에서 사오던 항공 부품을 국산화하는 첫 걸음으로, 간접 채용까지 감안하면 1만명의 일자리가 늘어나는데 KAI를 제외하면 할 수 있는 기업이 없다”면서 “당장 돈벌기 위한 사업은 아니지만, 수익성 확보를 위해 중국, 싱가포르로 빠져나가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MRO 수요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T-50 제작 현장 (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
T-50 제작 현장 (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

김 사장은 내년 APT 사업 수주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했다. APT 사업은 미 공군에서 향후 수십년간 사용할 훈련기 350여대를 도입하는 사업이다. 사업 수주 주체가 미국 록히드마틴이고, KAI는 고등훈련기 제작, 공급 MRO를 맡는 협력사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APT 사업은 수주 가능성이 0% 혹은 100% 밖에 존재하지 않지만, 100%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최저가 입찰로 수주전이 진행되기 때문에 1센트만 높게 제시해도 실패하기에 KAI는 록히드마틴이 제안가를 낮게 내서 수주전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천=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